다소 쌀쌀했던 오늘 아침도 출근길에 35분 정도를 걸어 지하철을 탔다. 아마 회사에서도 점심시간 무렵 삼청동을 걸을 것이고, 퇴근 후에도 지하철역부터 집까지 걸어갈 것 같다.
걷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으나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최근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방법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과하지 않을 정도의 보폭과 속도로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때 살짝 흐르는 땀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5년 전쯤 집에서부터 당시 사무실이었던 뱅뱅사거리까지 3개월을 걸어서 출퇴근을 했고, 20kg 정도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매일 23,000~30,000보를 걸었고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했었는데 역시 과했던 단기간의 다이어트는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는 건강 그 자체를 지키기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생활패턴을 바꿔가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너희들에게도 이런 습관을 지금부터라도 알려주고 싶구나.
꼭 다이어트가 아니라도,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날의 태양, 바람, 그늘, 하늘과 구름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이렇게 건강한 두 다리로 걸으며 오늘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하게 되는 여러 생각들의 메모는 새로운 글감이 되기도 하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빠는 종종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걸으며 음성메모로 남기기도 하는데 나만의 생각보관함이 하나둘 채워지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되는 상황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걷다 보며 떠오르는 부가적인 생각들은 풍부한 상상력에도 연료가 되어주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매뉴얼에 없는 레고를 만드는 것을 즐기는 너희들에게도 걷는다는 것은 매일의 큰 선물과도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동안, 변함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지금처럼 걸어 나갈 수만 있다면 이 보다 값진 삶의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