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hang out
오랜만에 친구를 낮에 만나 밤까지 놀았다. 카페거리에서 커피 한 잔 할까 하다가 둘 다 커피가 안 땡겨서 줄 서서 먹는 야끼소바집에 갔다.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가 하는 가게였는데 소바는 맛있었지만 가게 주인이 지쳐있는 게 느껴졌다. 8년 동안 결혼을 못했다는데 일주일 하루, 이틀 쉬면서 그 생활을 최소 몇 년 최대 몇 십 년 했다 생각하니 이해는 되었다.
그리고 예약해 놓은 이자카야에 가서 추천 메뉴로 마제소바를 먹었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었다. 그전에 먹었던 아끼소바도 맛있었는데 동파육이 들어간 마제소바의 간이 기가 막혔고 풍미도 좋았다. 그리고 나온 마라닭냉채는 고수랑 오이의 싱그러운 향과 아삭함, 매콤한 마라맛이 부드러운 닭에 잘 베어서 먹을수록 자꾸 손이 갔다. 친구와 나는 사장님께 넘 맛있다며 칭찬 세례를 했다. 수줍게 웃는 사장님의 미소에서 나는 음식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했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볼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싫어하는 일을 피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용기에 대해 말했다. 어지간한 건 다 경험해 봐서 특별한 것도 재밌는 것도 없다는 친구와의 대화는 20년이 넘었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철없는 것과 늙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망설입 없이 전자를 선택할 거다.
#이자카야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