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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신났다

꼭 신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남자는 오늘도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도 알람 소리보다 더 일찍 일어났습니다.

이유인즉슨 낮에 힘들게 밭일하고 저녁에 돌아와서 청소하려 더 힘들고 귀찮을 것 같아 대충이라도 청소를 해 놓고 가려고 한 것입니다.

이불 개고 걸레로 닦아 집에 돌아오면 짐정리만 끝내고 바로 쉴 수 있는 상태로 해 놓았습니다.

보통 주말하루는 농사일 도와주러 처갓집에 가는데 토요일인 어제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갔으니 일요일인 오늘은 당연지사 가야 하는 날입니다.

내는 무김치 담그느라 금요일에 먼저 처갓집에 가있는 상태입니다.

새벽에 짐을 옮기면 귀찮을 것 같아 가져갈 짐은 어제 오후에 미리 자동차에 실어 놓았습니다.

이불 빨래 한 것, 빈 반찬등등

오늘은 농사일하고 돌아올 때 당 떨어지면 먹으려고 웰치스와 과자 몇 개만 간단히 챙겨서 출발합니다.

드디어 처갓집에 도착,

그런데 분위기가 싸한 게  이상합니다.

싸운 것 같습니.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내가 장모와 자주 의견 다툼으로 싸움을 합니다.

장모는 "허리도 아픈 년이 무릎 구기며 힘들게 청소만 한다"라고 뭐라 하고, 아내는 "더러워서 하는데 잔소리만 한다"라고 뭐라 하고, 피를 나눈 부모, 자식 간에도 이렇게 생각이 다른데 남인 남편과 시부모 와는 오죽하겠습니까!

그 남자는 염려를 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싸"

장모가 오늘은 농사일은 안 해도 된다고 합니다. 싸워서 그런 건지 도와줄  없으니 그냥 가라고 합니다.

열무김치 담근 거만 챙겨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는 자동차가 출발하기 전부터 자기 엄마 아빠에 대한 불만을 얘기합니다.

"당신들 힘들게 일한 거 다 남들 퍼준다느니"

"진통제 먹고 일하면서 왜 그렇게 퍼주는지 모르겠다느니"

"자기가 이모들이 당신들 욕심만 챙긴다고 욕하면 엄마가 자기한테 화내며 싸운다느니"

"아버지가 네 엄마 죽으면 너하고 맨날 싸워서 그런 줄 알라고 다음부터는 오지 말라고 했다느니"

"자기는 허리 아픈데도 새벽부터 와서 참고 그렇게 일했는데 아버지가 그런 말 할지는 몰랐다느니"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며 글썽글썽합니다.

굉장히 서러웠나 봅니다.

그 남자 듣고만 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자기아버지, 혼자(시집 안 간 막내 여동생과 같은 집에서 살기는 하지만) 계신 엄마가 생각나서 가슴에 맺힌 설움에 동공울컥합니다.

"당신은 당신 부모만 애처로운가 봅니. 나도 그렇게 우리 부모만 위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남자 집에 돌아오더니 열무김치도 나르고 냉장고 정리하는 것도 도와주 세탁기에 빨래도 꺼내 옥상에 널어주고 아침에 청소했지만 짐을 나르느라 지저분해진 마루도 한 번 더 닦아주고 열심입니다.

정리할 걸 빨리 끝내야 오롯이 자기의 시간이 돌아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이제부터는 자유시간이라며 책을 좀 본다고 옥상으로 올라갑니.

이제부터 그 남자만의 시간입니다.

농사일을 안 해주고 와서 자유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것입니다.

그 남자 책을 읽다가 갑자기 구름에 홀려 사진 몇 장 찍고 있는데 비행기가 너무 많이 지나갑다.

비행기가 미친  같습니다. 1분에 1대꼴로 날아갑니.

먼일 난 거야,,,

우리나라 공항에 있는 민간 항공기가 다 해외로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 남자 읽고 있책을 덮어 버리고 스마트 폰으로 비행기 담기에 여념이 없습니

다 똑같은 사진인 것 같지만 그 남자 한 장 한 장 다른 의미를 부여해 쉽게 버리지를 못합니다.

아마 100장 정도는 찍었을 듯,,,

갑자기 새들도 어디든지 가고 싶은가 봅니다.

너희들도 힘차게 날아봐^^ 

우리 부모처럼 애처롭지 않게 응원해 줄게♡

옥상이라 오후 5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니 바람이 쌀쌀해지고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아쉽지만 이제 방으로 내려갈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남자 오늘 일찍 자기는 틀린 것 같습니.

사진 정리해야지~

블로그에 올려야지~

들뜬 마음 진정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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