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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는 감정이 싹튼 시절

나의 기억으로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은 초등학교 3 학년 때 담임 선생님인 것 같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큰 키에 긴 머리의 순수한(초등학교 3 학년인 내가 느낀 순수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미지의 여자 선생님,

선생님만 보면 그냥 마음이 설레가슴이 콩닥콩닥,

모든 게 신나고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나의 환상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하교 집으로 가는 길에 합정동 로터리 인근에서 나는  눈을 의심했다.

나의 사랑, 나의 여인이 낯선 남자와 키스를 하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도한 것이었다.

그것도 벌건 대낮에, 그것도 탄탄대로에서,

그날 이후로 나의 사람이 아닌 첫사랑 선생님을 놓아 드렸다.

그렇게 1년 정도 고 지내다가 초등학교 4 학년이 되어서야 효정이를 알게 되었다.

정이는 작은 키이지만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지닌 귀여운 아이였다.

그때 당시 동요이 따로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어린이 동요제에도 학교 대표로 나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린 마음에 어떻게든 가까워지려고 나도 동요반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우리 집의 형편은 그럴 정도가 되지 못했다.

제일 질투가 나는 것은  반에 동요반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효정이한테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며 친하게 지냈는데 어찌나 꼴 사나운지 정말이지 때려주고 싶었다.

곁에 두고도 부럽게 바라보기만 했던 나는 그렇게 또 한 명의 귀여운 아이를 보내고 5 학년이 되어 또 다른 사랑을 만났다.

그녀 이름은 현정,

현정이는 키가 크지만 얼굴이 작고 다부지게 생겼다.

가끔 점심을 먹고 계단에 앉아 쉬다 보면 친구들과 놀다가 교실로 올라오는 현정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얼굴 한번 더 마주치려고 일부러 계단에 계속 앉아 있었다.

어느 날이었던가 그날도 계단에 앉아 있는데 현정이와 친구들이 계단을 올라올 때부터 계속 웃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내가 현정이를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이 알았나 하고 잠깐 오해했었다.

계속 웃음이 그치지 않는 얼굴과 마주쳤는데 시선이 내 바지에서 멈추는 것 같았다.

아뿔싸 바지의 가운데 부분이 뜯어져 그 사이로 속에 입은 팬티가 보이는 것이었다.

얼굴이 빨개지며 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 후로도 는 하교 집에 갈 때 큰길로 가도 되는데, 혹시라도 집 앞에서 현정이를 만나면 "안녕 집에 가는 길이야"라고 대답하려고,  일부러 골목길로 들어서 현정이네 집 앞으로 지나다녔다.

그러나 한 번도 그 집 앞을 지나면서 현정이와 마주치지는 못했다.

는 그렇게 6 학년이 되었고

3 학년 때 담임선생님, 4학년 때 효정이, 5학년 때 현정이를 떠나보내고 마포구에서 멀리멀리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는 남자 중학교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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