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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제주의 선물

제주일상 그림일기 3

by Lara 유현정



제주의 봄은 바쁘다. 벚꽃이 봄바람에 날리며 안녕을 고하기 시작하면, 숲과 오름에선 고개를 쑤욱 내밀고 고사리가 손짓을 다. 제주에서는 4월의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고사리가 비를 맞고 쑥쑥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어째 비 소식이 드물다. 이제야 고사리 꺾으러 가볼까 하고 마음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나는, 비가 한 번쯤 속 시원하게 내려주길 기다리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할머니들은 랐다. 네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부지런했다. 진즉부터 새벽녘이면 어디론가 쏜살같이 다녀와서는 내가 일어나 슬 움직이기 시작할 때쯤엔 벌써 삶은 고사리를 들고 나와 돗자리에 널어놓았다. 그들은 자기만이 아는 비밀의 장소를 정해놓고, 일 년을 기다 남몰래 다녀온다. 누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고사리 밭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살이 초기에 나는 고사리가 어디서 나는지 몰라 애를 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사려니 숲을 걷다가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관중을 만났는데, 나는 그것을 먹는 고사리로 착각했다. 이듬해 봄 서울 사는 친구들에게 고사리 캐러 오라고 큰소리로 불러놓곤, 아무리 봐도 먹는 고사리가 아니어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할 수 없이 고사리 축제를 기다려 참가도 해봤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고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는 걸로 만족야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에게도 고사리 밭이 하나 둘 생겼지만, 해프닝이 많았다.


제주 햇살이 만들어 주는 나의 양식들




<그림 1> 사리 소풍


이번 주 가 조금 내렸다. 동네 언니와 동생, 그리고 나로 구성된 끈한 서귀포 총사는 고사리 소풍을 였다. 머니들이 다니는 비밀장소를 동생이 안내 참이었다. 곳은 의귀리였다. 중산간 마을을 지나 산록도로를 달리다 들어선 그곳엔 말 목장이 펼쳐졌, 초지 주변으로 숲과 오름이 둘러싸고 있었다. 옅은 산벚꽃과 신록이 어우러진 풍경을 배경으로 휘파람새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아주 외지고 조용한 곳이었다.


우리는 할머니들이 만들어 놓은 좁은 숲길을 따라 들어가며 고사리를 끊었다. 고사리는 가시덤불이 자라는 초지나 숲의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이제는 나도 척하면 고사리가 어디에 많은지 눈썰미가 생겼다. 고사리를 찾던 도중에 동생은 달래를 발견했다. 달래는 주변의 풀보다 길게 가는 쪽파처럼 올라와 있었다. 하나를 뽑아보니 제법 실했다. 이렇게 한 뿌리만 발견하면 주변으로 뻗어나간 달래를 제법 캘 수 있다. 나는 달래를 한 움큼 뽑았다. 손질해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1년은 너끈히 먹을 수 있을 양이다.


새로 길을 만들고 있는 오름의 고개 너머로 풍력 바람개비가 돌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동생과 나는 고사리에 열중하는 언니를 놔두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다시 길이 이어지또다시 언덕이 나타났다. 결국 미국 서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목장 풍경을 목격고 나서야 발길을 돌렸다. 으로 오는 길엔 언니의 가방만 묵직했다. 하지만 나는 진 제주말과 눈도 맞췄고, 제주의 햇살과 바람피워낸 꽃과 신록의 풍경이 주는 기쁨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의귀리의 한가로운 풍경


<그림 2> 버무리


4월의 제주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 바로 쑥!

나는 제주에 와서 쑥과 부쩍 친해졌다. 쑥 인절미는 나의 오랜 아침식사요, 쑥탕은 저녁나절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모두가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생긴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생긴 일상들이만, 덕분에 쑥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끔은 쑥을 살짝 데쳐서 다져 넣은 밀가루 반죽으로 별미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서울에선 너무 먼 당신이었던 쑥이 제주에선 이토록 친숙해질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겪어보니 쑥은 4월이 제일 좋더라. 아직 어려서 연하고 부드럽다. 5월부터는 쑥쑥 자라서 질겨지고, 장마 이후엔 그야말로 쑥대밭을 이루며 골치를 썩인다. 나는 례행사처럼 4월에만 먹을 수 있는 계절 음식 쑥버무리기로 하였다. 몇 해 전에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혼자 먹기 아까워 곧바로 블로그에 레시피를 공개하였데, 지금도 틈틈이 주변에 전파하고 있다. 올해도 그냥 지나치기 섭섭해서 난산리 밭의 청정 무공해 쑥을 잘라 왔다. 쑥과 함께 단호박을 넣어 만든 버무리는 혼자 먹어도 맛있지만, 지인들과 함께 나눠 먹으면 더욱 꿀맛이다.



혹시 <쑥버무리 레시피>가 궁금하신가요?

https://m.blog.naver.com/jinsil415/221269264585


나의 단호박 쑥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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