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열한 달,
처음 보는 공간에서의 나들이.
건물 로비 천장은 온통 거울로 덮여 있고,
아빠가 밀어주는 유모차에 앉은 아이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봅니다.
치켜뜬 눈은 신기한 듯 동그랗고,
입은 조용히 열려 있습니다.
유모차가 움직이면,
천장 속 세상도 함께 움직이고,
멈추면 그 세계도 고요히 멈춥니다.
아이 위로 아이와 닮은 또 다른 아이,
거울 속 유모차도 같은 속도로 따라옵니다.
"이서야, 뭐가 보이지?"
아빠 목소리에 아이는 잠깐 아빠를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천장 속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아직 거울 천장에 비친 아이가 누구인지,
왜 따라오는지도 묻지 않습니다.
다만,
내 움직임과 거울 속 움직임이 이어져 있다는
감각 속에 잠시 머뭅니다.
불안하지 않기에 눈을 떼지 않고,
안전하다고 느끼기에 오래 봅니다.
이것은 멍함이 아니라 몰입입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전,
세상에 잠기는 시간.
아빠의 손이 밀어주는 안정 위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나와 세계가 겹쳐지는 장면을 조용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