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몸을 뉘었다.
익숙한 풍경은 아니지만
잠은 온다. 숨을 한 번 내쉬고
눈을 감았다. 뭐, 나름 나쁘지 않네.
집은 아니다. 밖에서 자는 잠, 외박이다.
외박, 자기 집이나 일정한 숙소에서
자지 아니하고 딴 데 나가서 잠.
뭔가 편안한 어감은 아니다.
그래도 외박해야 할 때가 있지.
언제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잤나.
당직을 할 때가 있었다.
이전 직장에서는
두어 달에 한 번씩
숙직을 해야 했다.
아주 가끔 전화가 왔다.
비상연락망을 확인하고
해당 기관에 연계했다.
구청이나 시청에서 늦은 밤에 한 번,
깊은 새벽에 한 번씩 오는 메시지를
처리하기도 했다. 셔터가 내려진
불 꺼진 건물을 돌며 곳곳을 점검하고
당직 일지에 사인을 했다.
편치 않은 잠을 청하다 보면
날이 밝았고 출근 시간에 퇴근했다.
각종 동원이나 감염병 근무 시에는
사무실 구석 간이침대에서 자기도 했다.
일터와 잠자리의 혼연일체는
직주 근접은 최고지만
편한 휴식은 그다지.
20대에는 밤새 책도 읽고
글도 썼는데 그건 점점
어려운 일이 되었다.
밤에는 쉬어야지.
안 그럼 탈 난다.
긴 여행을 떠나면
집이 아닌 곳에서 자야 한다.
멋진 일류 호텔에 가끔,
아담한 유스호스텔에 있었고
유럽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묵었다.
의료 봉사를 갈 때
국내에서는 민박이나 모텔,
고택, 회관 등에서 머물렀고
해외에서는 호텔이나 기숙사,
전통 가옥 등에서 쉬었다.
대개는 희미했지만
가끔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밖에서 잔다는 건
작은 일탈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매번 비슷한 일상을 떠나
색다른 생활의 궤도 속에
자신을 내맡기는 행위.
이유도, 장소도 제각각이나
무엇보다 안전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밖이 아닌 안에서
잘 수 있음에 감사하다.
어디에서든,
안팎에서 푹 쉬며
사탕처럼 달콤하게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자.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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