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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Apr 24. 2024

검은 날개를 가진 나방

2024.4.24.


"와, 찾았다. 저기 봐요!"

"이야, 정말 있구나. 신기하다."

두 사람은 지금껏

숨죽여 온 걸음을 멈추고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책이 거짓말이 아니었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미소를 지었다.

Q의 뿌듯한 웃음이 K의 눈에 가득 찼다.

K의 편안한 웃음이 Q의 마음에 폭 안겼다.


햇살 한 톨도 허락하지 않는 빽빽한 숲 속,

한낮이지만 어슴푸레한 밝음이

주변을 적시는 풍경 속에서

두 사람은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흑림(黑林)'이라고

부를 정도로 울창한 이곳은

밤은 물론 낮에도 별다른 인기척이 없었다.

노루가 다니고 멧돼지도 있다는 이곳을

두 사람은 이른 오전부터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이른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모시는 Q와 K는

깊은 효심과 우애로 그 평판이 자자했다.

그들은 함께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지었고

밤에는 학업을 쉬지 않았다.

정규 교육 기간은 짧았지만

두 사람은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Q는 K의 학비를 마련하려고

주말마다 읍내에서 택배를 했고

자신의 진로는 잠시 접어두었다.

K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챙기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지난달 어머니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시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어머니는 밤이 되면

숨 쉬기가 힘들다고 호소했고

형제는 번갈아 가며 어머니 곁을 밤새 지켰다.

어머니 증세가 조금 나아지고

날이 좋은 어느 날,

어머니는 작은 앞마당에서 연한 햇볕을 쬐었고

두 사람은 집 정리를 했다.

사방이 트인 작은 시골집,

K는 집안 곳곳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다가

보자기에 싸여 다락 구석에 있던

작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어, 이게 뭐지?"


두 사람은 책을 펼쳐봤다.

아, 이건 그들의 할아버지 P가 쓴 책이었다.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P는 동네에서 아이들도 가르치고

동네 사람들의 대소사를 잘 챙겨주었다고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들었다.

이런저런 날도 잡아주고

여러 일도 미리 알았다고 하셨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흑림에는 다른 곳에서 발견되지 않은

신비한 나방이 있다고,

검은 날개 위에 무지갯빛 반점이 박힌

그 나방을 만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그냥 옛이야기겠거니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형제는 반짝,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 나방을 찾기로,

그래서 어머니의 건강을 되찾자고.


이웃 아주머니가 오셔서

어머니를 돌봐주시기로 한 날,

형제는 간단한 음식물과

옷가지를 챙겨 길을 나섰다.

책에 쓰인 대로 개울을 건너고

골짜기를 따라 숲에 들어갔다.

한참 걷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오래전 내용이라 그런가.

지금과 길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들은 당황했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발길을 옮기다

문득 그들은 발견했다.

우아한 날갯짓이 매혹적인

그 전설의 나방을.


https://youtu.be/1EtrERndRXM?si=ph9L5OvBLRBVFINn

검은 날개를 가진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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