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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an 09. 2024

별과 비슷한 모양을 가진 것들

2024.1.9.


"와, 예뻐요."

N은 보름달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막힘없이 탁 트인 4월의 밤하늘,

그 속에 까슬까슬한 빛 알갱이들이

흰 설탕을 흩뿌린 듯 달콤하게 반짝였다.

N은 작년에 할아버지와 갔던 놀이동산에서

먹은 솜사탕을 떠올렸다. 알록달록

무지개색으로 물든 구름사탕,

저 멀리 있는 별들도

비슷한 맛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떠냐, 오길 잘했지?"

"네, 오늘도 흐려서 안 보일 줄 알았는데."

"어제저녁에 무지개가 떴지? 

그건 날씨가 맑을 징조란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안개가 짙었는데

해가 뜨니 싹 사라졌지?"

"네, 앞이 안 보일 정도였는데

아침에 거짓말처럼 없어졌어요."

"그래, 그것도 날씨가 맑을 거란 뜻이란다."

어제까지 며칠 동안 우중충한 날이 이어져

별을 볼 수 없었다. 오늘도 그러려니

N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괜찮다고,

오늘은 별과 별똥별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집 맞은편 언덕을 함께 올랐다. 

"할아버지, 그럼 무지개가 뜨면 맑은 날이 와요?"

"꼭 그렇지는 않아. 아침 무지개는 비를 부르기도 하지.

항상 맑기만 하면 심심할 테니까. 안 그러니?"


아침 무지개는 비가 오고

저녁 무지개는 해가 뜨는구나.

도심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N에게

할아버지 집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고라니가 다니는 산속 오두막집에는

TV도, 게임기도 없었다. 

대신 앞뜰에는 차양 달린 수영장이 있고

신기한 작물이 가득한 텃밭도 있었다.

저 밑에는 갖가지 모양과 크기의 바위가

가득한 계곡이 흐르고 그 맞은편에는

수풀 빼곡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낮에는 주변이 온통 놀이터였고

밤에는 말간 거품 같은 은하수가

N을 내려다보았다. 

방학 때마다 여기 왔던 N은

이제 이곳에서 꽤 오래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


N은 얇은 외투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여기 오기 전 엄마가 사준 유일한 옷,

옷소매 끝이 조금 닳았지만

N은 이 옷이 좋았다. 

손끝에 야무진 촉감이 닿는다.

엊그제 계곡에서 놀다가 주운 자갈.

둥그스름한 모양에 작은 돌기가 몇 개 있다.

N은 별을 닮은 돌멩이를 꺼내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작게 빛나는, 

별과 비슷한 모양을 가진 것들 너머로

조약돌은 N의 마음처럼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그리운 슬픔이 별똥별처럼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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