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정말 위험한 나라일까?

새벽에 멕시코에 도착한다면...?

by 헤스티아

워크캠프에 참여하기 전 내게 멕시코는 (지금은 없어진) 에버랜드 ‘지구마을’ 인형처럼 느껴지는 나라였다. 있다는 걸 알아도, 현실에서 내가 갈 일은 없는 나라. 그러다 막상 멕시코에 가려니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나의 비행기는 새벽에 멕시코에 도착했다.


멕시코까지 직항이 없어 미국 댈러스에서 경유하는 노선을 이용했다. 미국 입국 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난 미국에 갈 것이 아니라 경유만 하는 상황이라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 입국심사를 하던 담당자도 내가 멕시코에 간다고 하자, 농담 반 진담 반, “Good luck!”을 외쳤다. 그에게 멕시코는 아주 위험하고, 갈 곳이 못 되는 곳인 느낌이었다.



새벽 한 두 시경 멕시코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 정말로 긴장을 많이 했다. 원래 밤에 잘 돌아다니지 않고, 특히 해외에선 조금만 어두워지면 나가질 않는 편인데 새벽이라니. 그것도 멕시코 새벽이라니.


그래도 공항 안은 하얗게 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도 많아서 괜찮았다. 워크캠프가 열리는 지역은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한 번 더 이용해야 하는 ‘치아파스’주의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보통 줄여서 산 크리스토발로 부른다)라는 지역이었다. 그 국내선 비행기는 오전 여덟 시 경에 타야했다. 몇 시간만 기다리면 되었지만, 공항에서 밤을 새는 건, 그것도 ‘멕시코 공항’에서 밤을 새는 건 위험할 것 같아서 공항 근처 호텔을 미리 예약했다.


문제는 그 호텔까지 가는 것이었다. 셔틀이 있다고는 했지만 새벽엔 운행을 안하는 듯 해서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항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은 공항 내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택시 회사 부스 중 한 곳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갈 곳을 말하고 요금을 먼저 지불하면 티켓을 하나 끊어줬다. 그 티켓을 들고 공항 바깥의 택시 정류소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했다.


얼떨결에 티켓 하나를 손에 들긴 했는데, 공항 문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게 너무 무서웠다. 정말로 긴장을 많이 한탓에, 공항 문 밖으로 딱 한 발짝만 내딛었다가 하얀 공항 내부와 대조적인 깜깜함에 그대로 발을 다시 뒤로 당겨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경계로 이 밖으로 나가면 무시무시한 멕시코 새벽에 삼켜질 것 같았다. 하지만 공항에서 밤을 샐 수도 없어서 다시 한 번 문 밖으로 나가야 했다.


몇 걸음 나가보니, 그곳엔 남자들이 모여 있고, 여행자들을 이리 저리 안내하고 있었다. 밤에 남자들만 있는 곳이라 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내 티켓 색깔을 보자 한쪽으로 가라고 했다. 몇 명의 여행자들도 어리둥절하게 서 있고 계속 이리저리 여행자들을 나누어 밀어내는 남자들이 뒤엉켜 상황 판단이 언뜻 되지 않았다.


난 낯선 곳에선 일단 모든 사람을 경계하기에, 이쪽으로 오라는 사람들도 일단 경계하느라 몸이 뻣뻣해졌다. 그냥 호객꾼인지, 이상한 바가지를 씌우는건 아닌지, 내가 구입한 택시 회사의 영수증 같은걸 누군가가 달라고 하기에 이 사람에게 줘도 될지 망설여졌다.


그래도 일단 티켓을 건네주고 안내 받은 곳에 잠시 서있었더니 내가 요금을 지불한 택시 회사의 택시를 기다려 타게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진짜 택시는 맞는지, 이 차를 타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지도 의심이 들고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택시는 5분 정도 거리의 호텔에 무사히 내려주었고, 믿을만한 대형 호텔 체인의 호텔에서 무사히 체크인까지 끝냈다. 그러자 이젠 5분 거리에 15000원 정도 했던 택시비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무사히 도착했으니 드는 생각이지,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에 처한대도 택시비가 비싸든 말든 무사히 호텔에 도착한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몇 시간만 눈을 붙이고 나갈터라 간단히 씻고 쉬기로 했다. 그런데 방에 혼자 있으니 이제 또 ‘멕시코 물’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걱정이 떠올랐다. 멕시코 물은 탈이 잘 나니 조심하라는 조언(?)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은터라, 우습게도 호텔 수돗물로 이를 닦는 것조차 걱정이 됐다. 제공해 준 생수 한 통을 아껴서 이를 닦고, 잠시 눈을 붙였다. (나중에 워크캠프 멤버들을 만나서 익숙해진 후에는 요리할 때 수돗물 끓여서도 잘만 먹고 살았다.)


날이 밝은 후에는 조금 덜 무서웠지만, 여전히 긴장한 채로 국내선을 타고 무사히 치아파스 툭스틀라 공항에 도착했다. 워크캠프지인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까지 가려면 이곳에서 한 번 더 버스를 타야 했는데, 마침 우리 비행기가 도착하기 얼마 전 버스가 떠났나보다. 덩그러니 남은 세 명의 여행자를 안내하는 분이 묶어서 택시를 준비해줬다. 그 중 한 명이 프랑스의 그랑제꼴에 다니던 대학생이었는데, 그 친구가 (프로젝트는 다르지만) 같은 워크캠프에 참여한다고 해서 그 때쯤에야 긴장이 살짝 풀렸던 것 같다.



이렇게 온갖 걱정과 두려움으로 시작한 멕시코 워크캠프였는데, 그렇게 다녀온 후 멕시코가 정말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바뀌었을까? 내가 갔던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는 배낭여행객들의 성지라 불리는 별명에 걸맞게, 현지인들보다 관광객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그런 동네와 멕시코 시티의 소깔로 광장 주변 정도만 다녀온터라 멕시코란 큰 나라의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멕시코 시티에서 온 현지 참가자도 멕시코 북부는 정말 위험하다고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가 시티 출신이어서 그런지 정말 위험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든 사람이 사는 곳이긴 하다.


다만, 멕시코는 사람사는 곳이긴 하되, 위험한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인턴쉽 형태로 장기 체류중인 프랑스 남자애 둘이 있었다. 워크캠프 활동에는 불성실하게 참가하면서 수시로 자신들만의 개인 행동을 하던 친구들인데, 이 친구들이 멕시코시티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주인의 부당한 바가지 요금에 항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술값의 10배가 넘는, 말도 안되는 금액이 황당해서 따지다 시비가 붙었고 경찰을 부르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온 경찰은 주인으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아간 후 돌아갔다. 그리고 술집 주인은 의기양양하게 “그래, 경찰도 왔다갔으니 계속 얘기해보자.”는 식이었고, 그 친구들은 그 순간 정말 겁을 먹었다고 했다. 어떻게 해결된 건지는 제대로 못들었으나 (꽤 많은 돈을 주고 풀려난 듯 했다.), 평소에 꽤나 자기하고싶은 대로 살던 친구들이었는데 정말로 무서웠다고 하니 안쓰럽단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들이 어느 술집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멕시코 시티에선 소깔로 광장과 지하철에 무장경찰들이 좍 깔려 있는데, 한편으론 무서우면서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했다.



첫날의 나처럼 우스울 정도로 긴장을 할 필요도 없지만, 위험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계는 하되,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란 걸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좋은 멕시코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나의 잣대, 나의 가치관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멕시코 사람들도 꽤 봤다. 그렇게 사람 사는 곳이었다.

keyword
이전 03화워크캠프 준비를 위한 작은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