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잠 < 밤이 쓴 시 3 >
새벽의 갈증, 물 한 잔을 들이켜고 어둠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누웠던 자리 언저리에 대충 몸을 던져요. 그리고 난데없는, 모기소리. 이 계절에, 이 날씨에.
그건 분명 모기였어요, 에에에에에엥. 왼쪽 귀를 동그랗게 감아도는 소리, 에에에에에엥. 이 계절에, 이 날씨에. 그렇다면 소리와 왼쪽 귀를 잘 맞춰,
버리면 돼요.
걱정 말아요, 아침이 되면 귀는 다시 왼쪽에 잘 붙어있거든요.
그런데도 계속 소리가 나요. 모르겠어요. 모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조금은 먼 거리, 새벽 저편에서 나는 소리. 분명 옆집은 공가(空家)인데 너는 나와 같은 층을 눌렀었지. 옆집에 사는구나, 하고 말았지만, 도대체 너의 정체는. 계단을 떠도는 소문의 발원지라는 아래층. 신이라면 다 믿어요, 험난한 세상 의지할 수 있는 건 다 의지해야죠, 라며 맑게 웃던 위층의 여자. 아,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요.
왼쪽 귀를 버려서, 이 소리는 오른쪽 귀에서만 들려요. 모기의 소리 같지만 모기는 없어요. 이 계절에, 이 날씨에 모기라니요. 오른쪽 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웅웅엥엥이이웅웅에에에엥.
아, 조용해졌어요. 모기도 잠이 들었나 봐요. 옆집의 그 아이와 아랫집의 소문과 모든 신을 모시는 위층이 모기와 함께 잠이 들었나 봐요. 이 계절, 이 날씨, 조용히 잠들기 좋은 때예요.
사실 전 알고 있었어요, 소리의 출처.
밤이 내는 소리예요. 문득 외로워진 밤이 나의 갈증을 깨우고 모기도 깨우고 지난 낮에 만난 이들도 깨웠어요. 한바탕 놀고는 모기처럼 작아진 저를 두고 먼저 잠들었어요. 밤은 그렇게 변덕이 심해요.
그러니 밤이 갈증으로 깨우면 조심하세요. 모기의 소리 같은 소리로 당신의 잠을 소란케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