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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Apr 24. 2024

5. 전화(1)

알바_자멸로 이끄는

전화기 너머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몇 초 더 기다려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자

전화를 막 끊으려던 찰나,

핸드폰의 수신 스피커에서

중년 여성의 음성이 들려온다.


- 아, 여보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휴, 저는 그,

전화를 안 받으시는 줄 알고.. 호호호. 저… 그…

저희는 천지개발이라고, 일전에 전화 주셨던…

기억나시죠 선생님?


- 아…네…


남자는 짧은 대답을 신음처럼 흘리며

빠르게 두 번의 자책을 했다.


왜 이 전화를 받았을까


전화를 받고 나서 아무런 말이 없었을 때

바로 끊을 수 있었는데 왜 그 기회마저 놓쳤을까.

 

- 그… 저번에 선생님께서 전화 주셨을 때, 한 번

생각해 본다고 하셔가지고.. 호호호. 아, 그리고

그때 제가 설명을 그 뭐냐.. 다 제대로 못 드린 것

같아서…아하하. 선생님~ 저희가 영업 쪽 말고도

저처럼 교육이나 강의담당 쪽 인력도 마침 채용을

하고 있어서요. 그것도 알려드릴 겸 겸사겸사해서

호호호. 혹시 선생님 괜찮으시면..


- 아... 네… 교육이나 강의담당은 어떤 업무를

말씀하시는 건지...


- 아, 네. 뭐 이렇게 전화도 드리고요. 또, 그 뭐냐,

뭐, 이런저런... 아휴, 그렇습니다. 이해되시죠?


도대체 뭐가 그렇다는 건지,

그래서 뭐가 이해가 된다는 건지

도무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여성의 말에

남자는 더 이상 통화를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 아... 네, 죄송하지만 다음에 다시 연락 드리...


- 아휴, 선생님! 일단 저희 사무실로 한 번

나와보시겠어요? 이게 말로만, 그러니까 이렇게

전화로만 설명드리려니까 제대로 설명이 힘드네요.

호호호. 일단 한 번 나오셔서 저랑 같이 커피 한 잔

하시면서...


- 뚜뚜뚜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의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가

화면을 몇 번 터치하더니

걸려온 번호에 수신차단을 설정한다.


- 하아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고는

책상 앞 의자를 끌어당겨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 남자다.


-타타탁탁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남자가 눈을 떴다.

억지로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자려해 보지만

자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잠은 그 몇 배의 속도로

아득한 반대방향으로 멀어진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남자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물론 일어나 봤자

뭔가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침대에 누워 억지로 눈을 감고 있는 것보단

조금 낫다.

물론 계속 깨어 있으면

다시 잠들고 싶겠지만.


거실로 나온 남자가

해가 쏟아지는 거실 창과

그 정반대 방향의 주방,

그리고 현관 입구방 쪽을 한 번씩 둘러보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앉아있던 남자는

어느새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다.




꿈에

전화가 울린다.

꿈에서

전화를 받으면 누구와 연결이 될까.

꿈에서도

전화기를 귀에 대야지만 소리가 들릴까.

꿈이라기엔

오른쪽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전화기의 진동이

너무 생생하다.


- 위이이이 잉


남자의 눈이 번쩍 뜨인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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