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_자멸로 이끄는
거실 소파에서 얼핏 잠이 들었던 남자가
급히 바지 주머니를 더듬는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손에 잡히자마자
꺼내어 발신번호를 확인한다.
모르는 번호다.
- 하아... 천지개발 이것들을 진짜…
수신차단을 했더니 아예 다른 번호로 건다 이거지..
남자는 일단 전화기 옆 면의 버튼을 한 번 눌러
아직도 손 안에서 부르르 몸을 떨고 있는 핸드폰의
진동을 끈다.
아무런 진동도, 아무런 소리도 없이
황량하게 11개의 숫자만 떠 있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던 남자가 옆 면의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걸려오던 전화를 종료시킨다.
아직 액정이 채 꺼지지도 않은 전화기를 원래 있던
오른쪽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아무 할 일이 없어진
오른손을 그대로 이마 위에 올려 눈 부위를 가린다.
소파로 쏟아지는 햇빛이 마치 이불처럼
남자의 전신을 덮고 있다.
왠지 느낌이 좋다.
이대로 다시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그래, 좋다. 이대로 조금만 더...
- 위이이이 잉
남자의 몸이 흠칫 떨린다.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몸을 소파의 등받이 쪽으로 돌리고
얼굴을 최대한 파묻는다.
- 위이이이 잉
얼굴을 등받이에 파묻으면 파묻을수록,
다리를 가슴으로 모으면 모을수록
핸드폰의 진동은
더 가깝게,
그리고
더 세게 느껴진다.
- 젠장!
소파에서 튕기듯 일어난 남자가
거칠게 바지의 오른쪽 주머니를 훑어
다시 전화기를 꺼낸다.
번호를 확인하니
좀 전에 걸려온 그 모르는 번호다.
- 하아…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수신 거절을 하려던 남자가
손을 멈추고 잠시 망설인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얼굴로 쏟아지는 햇살을 잠시 피한 후
잔뜩 찌푸린 얼굴 그대로 눈을 감는다.
하나, 둘, 셋.
다시 눈을 뜬 남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는다.
갈라지고 신경질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거실 전체로 퍼져나간다.
- 저기요!
제가 다시 생각해 보고 전화드린다고…
- 아…여보세요?
천지개발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아닌
처음 들어보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핸드폰 수신 스피커를 통해
남자의 귀로 들려온다.
-.......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