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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Apr 25. 2024

6. 전화(2)

알바_자멸로 이끄는

거실 소파에서 얼핏 잠이 들었던 남자가

급히 바지 주머니를 더듬는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손에 잡히자마자

꺼내어 발신번호를 확인한다.


모르는 번호다.


- 하아... 천지개발 이것들을 진짜…

수신차단을 했더니 아예 다른 번호로 건다 이거지..


남자는 일단 전화기 옆 면의 버튼을 한 번 눌러

아직도 손 안에서 부르르 몸을 떨고 있는 핸드폰의

진동을 끈다.

아무런 진동도, 아무런 소리도 없이

황량하게 11개의 숫자만 떠 있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던 남자가 옆 면의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걸려오던 전화를 종료시킨다.


아직 액정이 채 꺼지지도 않은 전화기를  원래 있던

오른쪽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아무 할 일이 없어진

오른손을 그대로 이마 위에 올려 눈 부위를 가린다.

소파로 쏟아지는 햇빛이 마치 이불처럼  

남자의 전신을 덮고 있다.


왠지 느낌이 좋다.

이대로 다시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그래, 좋다. 이대로 조금만 더...


- 위이이이 잉


남자의 몸이 흠칫 떨린다.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몸을 소파의 등받이 쪽으로 돌리고

얼굴을 최대한 파묻는다.


- 위이이이 잉


얼굴을 등받이에 파묻으면 파묻을수록,

다리를 가슴으로 모으면 모을수록

핸드폰의 진동은

더 가깝게,

그리고

더 세게 느껴진다.


- 젠장!


소파에서 튕기듯 일어난 남자가

거칠게 바지의 오른쪽 주머니를 훑어

다시 전화기를 꺼낸다.

번호를 확인하니

좀 전에 걸려온  모르는 번호다.


- 하아…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수신 거절을 하려던 남자가

손을 멈추고 잠시 망설인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얼굴로 쏟아지는 햇살을 잠시 피한 후

잔뜩 찌푸린 얼굴 그대로 눈을 감는다.


하나, 둘, 셋.

다시 눈을 뜬 남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는다.

갈라지고 신경질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거실 전체로 퍼져나간다.


- 저기요!

제가 다시 생각해 보고 전화드린다고…


- 아…여보세요?


천지개발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아닌

처음 들어보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핸드폰 수신 스피커를 통해

남자의 귀로 들려온다.


-.......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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