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날은
왠지 반짝이는 눈 위를 밟는 게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먼저 밟고 싶었다.
이 발자국은
옆집 언니가 학교 가며 남긴 거고,
저 발자국은
아버지가 새벽에 밭으로 가시며 남긴 걸 거다.
엇,
가끔 알 수 없는 발자국이 보일 땐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혹시…
밤새 눈 오는 들판을
무서운 동물이 지나간 걸까?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신났던 그 시간.
나는 눈 위에서
혼자 이야기를 만들며 놀았다.
보통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꽃하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