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도를 찾아서

사실은 해물라면을 찾아서...

by 이작가

코로나로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이 있다. 두 아이가 같은 날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에는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 잠깐 산책을 하고 그 후 시간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큰아이는 학교에 가고 작은아이가 집에 있는 날이었다. 작은아이의 온라인 강의가 평소보다 일찍 끝났다.


엄마! 나 수업 끝났어!! 이제 뭐하지?
정말? 오늘 수업은 빨리 끝났네. 그럼 우리 바다 보러 갈까? 엄마 바다 보고 싶은데.
그럴까? 엄마 나는 오랜만에 해물라면 먹고 싶어.
얼른 준비해 지금 가자! 지금 가면 엄마 수업에 늦지 않겠다.(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후다닥 준비하고 시동을 켰다. 부르릉~ 시동 소리와 함께 내 마음에 시동도 함께 켜진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학원 운영 때문에 지친 마음과 몸살까지 겹쳐 정신을 못 차리던 시간들이 시동 소리와 함께 멀어져 갔다. 아이와 나는 좋아하는 노래를 번갈아 틀고 따라 부르며 신나게 달렸다. 가을 하늘은 그런 우리가 기특하고 예뻤는지 조각구름과 높고 푸름으로 화답했다. 20분쯤 산업도로를 달리다 보면 새만금 도로가 펼쳐진다. 넓은 바다와 고깃배 그리고 갈매기와 하늘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우리의 목적지는 장자도. 바다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생겨 배를 타지 않아도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에 갈 수 있다. 배 멀미가 있는 나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이제는 제법 엄마를 이해할 줄도 알고 위로도 해준다. 언제 이렇게 커서 함께 수다를 떨며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는지,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 것을 아이들이 훌쩍훌쩍 자라는 것을 보며 느낀다.


엄마, ‘바다다~~~ 아’ 하고 소리 질러 봐! 엄마는 바다 보면 맨날 그렇게 소리 지르잖아.
부끄럽게...
뭐, 어때? 해봐!! 이렇게.. “야~~~~ 바다다~~~~~아!”
한술 더 뜬 나는 자갈밭을 이리저리 뛰며 외쳤다.. “ 나는 할 수 이~~~~~따!!”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 내뱉은 말이다. “나는 할 수 있다.” 힐링하고 해물라면 먹으러 가서는 한다는 말이 또 “나는 할 수 있다”라니. 나도 참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도 모르게 소리 쳤던 그 말이 진심이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믿고, 세상 속으로 힘차게 들어가자. 세상의 바깥으로 자꾸만 내몰리지만 나는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칠 것이다. 언제나 꼬꾸라지고 엎어지고 실수하고 후회도 하지만 진흙탕 속에서 고결하게 피어나는 수련처럼 내색깔을 내며 피어날 것이다.


소리를 질러댔더니 배가 고픈 건 인지상정. 내가 먹고 싶었던 해물라면과 아이가 먹고 싶었던 떡볶이를 시켰다. ( 우리 작은아이는 어딜 가든 떡볶이를 시킨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다.) 앞으로 장자도에 와서는 그냥 해물라면을 먹기로 했다. 떡볶이는 떡볶이 전문점에 양보하기로!!

엄마, 우리 다음에

데이트 하자.
사랑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너무 소중하고 아쉽고 갈비뼈 근처가 찌릿거린다.





달콤한 데이트가 끝난 그날 밤.

아들
엄마! 이 사진 뭐야? 앵두랑 바다갔어?(앵두는 작은아이 태명이다. 집에서는 그렇게 부른다. “앵두”)
어? 응, 오랜만에 기분전환하려고 드라이브 갔어.
나는? 나도 바다 가고 싶은데. 왜, 나 없을 때만 둘이 가? 나랑도 바다 보러 가.
그래, 알았어. 온라인 수업하는 날 일찍 끝나면 둘이서 데이트 하자.
진짜지?
그럼, 당연하지. 꼭 같이 가자!


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왔다. 둘째 아이는 등교하고 큰아이는 온라인 학습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작은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학교에 갔고, 큰아이는 들떠서 일찍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키는 나보다 큰 녀석이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꼬맹이다. 가는 길에 차를 세워두고 고기 잡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바다 구경도 하고, 바람도 맞으며 사진도 찍었다. 사진으로 보니 녀석, 많이 컸다. 언제 이렇게 커서 뒤에서 엄마를 안아주기도 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엄마 힘든 일은 다 알아서 척척 해준다. 언제 봐도 좋은 녀석 그리고 바다. 남편과 작은아이도 함께 왔으면 좋았겠지만 오늘은 둘이서만 하는 이야기 둘이서만 만든 추억에 올인!! 엄마랑 아들이랑만 놀기로 하자.


엄마, 둘이 오니까 좋다.
그치?
다음에는 아빠랑 둘이 와.



오늘의 장자도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어쩌면 자연은 늘 그대로 있지만 그곳을 찾아가는 우리가 변하기 때문에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오늘은 해물파전과 해물라면으로 결정. 해물 파전을 바삭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에게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더 ‘바삭’하게 요리해 주셨다. 너무 맛있었지만 해물파전은 아빠랑 올 때 먹는 걸로 했다. 올 때마다 우리는 한 가지 씩의 교훈을 얻는다. 그럼에도 우린 금방 잊고 다음에 와서 또 그렇게 주문을 할 것이다. “저번에 해물파전 정말 맛있었는데 시키자.” 푸하하!! 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더 신나고 재미있는 것 같다. 정해진 틀이 없고 실수하면 인정하고 웃고 다음에 또 그 실수를 하면서 어이없어 또 웃는다.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천지삐가리다.


웃을 일은
천지삐까리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매일 살아가는 삶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매일 우리를 묶고 있는 속박의 끈을 끊어버릴 수 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 갇혀 스스로를 속박하지 말고 그 틀을 조금씩 열어두고, 자신의 삶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삶은 우리가 완주해야 할 경주가 될 수도 있지만 여행해야 할 소풍일 수도 있다. 앞으로 만날 소풍의 짝꿍과 내일 소풍 갈 곳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지금의 풍경을 바라보고
지금이 짝꿍에게 집중하고
지금 하는 보물 찾기에서 즐거움을 찾다 보면
오늘의 소풍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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