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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Nov 21. 2022

중학교 4학년 태용씨

오빠와 나의 수험생시절, 태용씨가 늘 강조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재수는 없다!' 라는 것이었지요. 강경한 재수금지의 기조 덕분인지, 생각보다 시험을 못본 오빠도 생각보다 시험을 잘 본 나도 결과를 받아들이고 대학에 입학하였지요. 그의 매파적(?) 재수반대 기조는 태용씨가 재수시절을 겪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공고 토목과에 합격한 후 집안의 반대로 재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부산공업전문학교로 목표를 변경합니다. 지금의 학제와 다르게 당시에는 전문학교라는 고등교육기관이 있었습니다.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는 대신에 전문학교에 입학하여 5년을 수료하면 초급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는 시스템이었고요. 지금은 전문대학으로 개칭되었습니다. 어쨌든 용두산 공원 근처 대청동의 청산학원, 주간부 C반에서 열여섯 태용씨은 재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중학교 4학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4시절, 태용씨는 청소년이었지만 오피셜한 학생 신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처에 유혹이 넘쳤습니다. 이미 담배를 피던 친구도 있었고요. 다행히 태용씨는 술,담배, 그리고 당구의 유혹을  잘 견뎌내었죠.


  그런데 말이죠, 당구는 왜 저 목록에 들어가 있는 걸까요? 지금의 상식으로는 헛웃음이 나오지만, 당구장은 1993년도까지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되던 곳이었습니다. 청소년의 탈선의 장소라는 이유였지요. 일반 학생들은 소속 학교의 학생주임선생님들이 당구장을 돌며 단속 했고 학원 소속의 재수생들은 학원 경비아저씨가 단속을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단 하나,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있었습니다. 학원 1층에 떡볶이집이 있었거든요. 학원에서 출입을 제한하니 어쩔 수 없이 양동이에 줄을 묶어 1층으로 내린 후 떡볶이를 끌어올려 사먹었지요. 수험생활의 스트레스를 매콤하고 쫀득한 떡볶이로 풀어냈겠지요. 그래요, 인정합니다. 술담배는 참아도 떡볶이는 참을 수 없죠.


중4, 1년의 시간이 지나고 함께 부산공전을 준비한 재수 동기들이 모두 합격의 기쁨을 맛보죠.


눈빛이 장난아닌 아빠 (맨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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