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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Nov 23. 2022

장발을 휘날리며

  얼마 전 회사에 신입사원이 입사했습니다. MZ세대, 칼졸업으로 회자가 되었던 신입사원이예요. 자기 몸집만한 에코백을 들쳐메고, 와이드한 슬랙스에 편안한 티셔츠가 그의 출근룩입니다. 80년대의 패션을 재해석한 뉴트로패션이라고 하죠. 문득 거울을 보니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코트와 다리에 쫙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입은 내가 보입니다. 슬쩍 와이드팬츠를 주문해보기로 합니다.


  작금의 시대에는 배를 내놓고 크롭티를 입든, 바닥을 끄는 긴 슬랙스를 입든, 시즌별로 헤어컬러를 바꿔대든 간섭하지 않습니다. 아, 엄마들은 잔소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마땅하니까요. 70년대, 태용씨의 20대 시절에도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그시절은 단속과 금지의 시절이었지요. 옷과 머리스타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60년대 중반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팝음악과 히피문화의 산물로 대표적인 퇴폐풍조로 규정하고 일제히 단속에 나선 것이죠. 경찰들은 30cm 자를 들고다니며 외간여자들의 무릎에서 스커트 끝단까지의 길이를 재고 다녔죠. 20cm 가 넘어가면 단속대상이었습니다. 남성들의 경우 귀나 옷깃을 덮는 머리, 단발머리,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할 수 없는 긴 머리는 모조리 단속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게 우리의 심리 아니겠습니까. 젊은이들 사이에 미니스커트와 장발은 도리어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대유행을 하기에 이릅니다. 긴머리를 잘리지 않기 위해 골목으로 도망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는 시절이었지요.


  태용씨도 헤어스타일만큼은 그시대의 유행에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행하는 청바지나 나팔바지에는 큰 관심이 없어 늘 검은바지에 라운드넥만 고집했지만, 머리만큼은 기르는 쪽을 택한겁니다. 그러고 보니 빛바랜 사진 속 태용씨의 모습은 늘 덥수룩한 긴머리에 커다란 안경(일명 조영남안경), 어두운 옷차림이었던 것 같네요.


  튀는걸 좋아하지 않는 태용씨의 성향상 화려한 나팔바지를 휘날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자유의 상징 장발만큼은 휘날렸을 20대의 태용씨가 그 시절에 있었겠지요.


신경쓴 옷차림(아마도 데이트?) 과 장발의 태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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