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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Nov 26. 2022

태용씨, 경애씨를 만나다.

  78년 드디어 신입사원이 된 스물다섯의 태용씨. 설계사무소에서 만난 경애씨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인터뷰때 '사랑'이란 단어는 언급된 적이 없어 이부분은 나의 망상에 가까움) 경애씨는 태용씨보다 먼저 입사한 경리사원이었지요. 5년의 연애 끝에 82년 결혼에 골인합니다.


 경애씨와 나는 남포동에 놀러가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경애씨로부터 남포동이 태용씨와 데이트하던 곳이라는 것을 듣게 되었지요. 1970년대의 사내커플이 된 이십대의 태용씨와 경애씨가 회사 근처 남포동에서 데이트했다니! 명치 끝이 간질간질하지 않나요?


  제가 아는 한 태용씨는 경애씨의 첫 남자친구고요, 그래서 태용씨께도 묻습니다. 엄마 이전의 연애에 대해서.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없다' 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미팅으로 한두번 본 사람이 있긴 했지만 연애감정을 느끼진 못했고요, 선 제의도 들어왔지만 그역시도 흐지부지 되었던거지요. 그렇게 서로의 첫 연애 상대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빛바랜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그들의 결혼식을 재구성해볼까요. 82년 1월. 부산에 이례없이 큰 눈이 내린 주말에 결혼식을 올리는 한 쌍의 부부. 태용씨와 경애씨입니다. 지금은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진 부산 신신예식장이었고요. 큰 눈에도 하객들은 많았고, 주례는 태용씨 장인어른 조완석씨의 지인이셨지요. 말쑥한 양복과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랑신부가 손을 맞잡고 입장합니다. 예복은 대여하여 입었지요. 경애씨는 그 날 흔한 면사포 대신에 모자를 썼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 흔치 않은 선택이었지요. 톡톡 튀는 스물다섯 패피 경애씨다운 선택이었습니다.


  결혼사진의 기본은 뭐니뭐니해도 '미소'지요. 신랑신부의 행복한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태용씨와 경애씨의 결혼기념사진을 보니 입술을 굳게 다물고 긴장되어 보입니다. 짐짓 결의에 차 보이기까지 하네요. 지금보다는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가 아니었나 짐작해 봅니다.


  아차차, 오 년의 연애끝에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물었어요. '사랑해서'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집요하게 캐물었지만 결국 듣지 못해 아쉽습니다. 긴 연애와 결혼을 사랑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만. 태용씨는 딸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못내 쑥쓰러웠던게 분명해요.


"느그 엄마는 일단 순해보이고, 착하고, 썽깔 안부릴꺼 같고. 그래서 가족화합도 잘해줄 것 같고..(중얼중얼)"


신혼여행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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