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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Nov 29. 2022

대표 건축사가 되다.


처음 건축사가 된 후에는 아키펌 형태의 사무실에서 소속 건축사로서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실무경력이 더 쌓아 개인사무소를 차리겠다는 로드맵이 있었을거예요. 시간이 흘러 태용씨는 독립하여 <마당종합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게 됩니다. 기사로, 건축사로 많은 프로젝트를 하며 실무경험을 탄탄히 쌓아올린 태용씨였죠. 운이 좋아 개업 후 많은 일들을 수주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이었지요. 그사이 직원들의 숫자가 늘어가고 사무소의 규모도 훌쩍 성장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태용씨의 사무실에 놀러가면 기사 이모 삼촌들이 널따란 작도판에다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가 나를 보고 인사해주곤 했습니다. 직원이 꽤 많았죠. 태용씨의 사무실은 별도의 공간에 있었고,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도면들이 벽면에 빽빽히 붙어져 있었던 기억이 나요.


직원의 수가 많아지며 그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건축설계업은 내근을 하며 작도하는 일 뿐 아니라 관공서 업무, 현장 감리 업무 등의 외근도 잦습니다. 아무래도 당시의 인식 상 외근은 주로 남자기사님들이 도맡게 되었죠. 남자기사들이 관과 현장업무로 바쁜 동안, 여자기사님들은 사무실에서 작도 업무를 합니다. 시간이 흐르자, 이런, 메인잡인 설계 능력에서 남녀차가 나기 시작합니다. 여자기사님들의 숙련된 설계를 하게 된 것이죠. 이는 결국 사무실 내 남녀갈등으로 번지게 됩니다. 태용씨는 개인 면담도 해보고, 술도 사먹여 보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습니다. 태용씨도 대표는 처음이라 한번 벌어진 관계는 쉬이 봉합되지 않았고 결국은 문제의 중심에 있던 기사님 한명이 퇴사를 하며 분위기가 수습됩니다.


기억에 남는 직원들도 있지요. 먼저 잠자는 김기사님을 소개할게요. 이상했습니다. 김기사는 자꾸만 졸았거든요. 태용씨가 설계 방향에 대해 설명할때도 그 5분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았죠. 심지어는 통화로 업무지시를 하는 중에 잠에 들기도 했습니다. 후에 김기사님이 기면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해프닝으로 마무리 됩니다.


이번에는 횡령하는 박양을 소개드립니다. 상고를 졸업하고 마당종합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한 이십대 초반의 박양이었습니다. 눈에띄는 외모에 술집을 다닌다더라는 소문까지 있었지만 일만 잘하면 되니 계속 함께 일했었지요. 어느 날, 태용씨는 회삿돈이 들어있는 통장 시재가 맞지 않는 것을 알아챕니다. 추궁 끝에 박양의 자백(?)을 얻어내고 퇴사조치 하게되죠.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박양의 부모가 태용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인데요,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그러게 직원 관리를 좀 잘하시지 그러셨어요?"


참 나, 그 작은 회사에서 참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났었다 싶습니다. <마당종합건축사사무소>를 운영했던 첫 몇해 간, 건축사로서 커리어를 쌓는 좋은 시간임과 동시에 처음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로서의 시간이기도 했을 겁니다.


업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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