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언 Dec 01. 2022

세는 인간, 이태용

  태용씨의 얼굴이 유난히 반짝이던 날이었어요. 피부도 한결 팽팽해 보였고요. 태용씨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맞나? 원래 얼굴 삼십번씩 비누칠하는데 오늘 오십번했다, 그래서 그렇는갑다."


  오랜만의 가족 외식으로 돼지갈비를 뜯는 날이었어요. 배가 부른 태용씨가 기권선언을 합니다.


  "아~ 고마 물란다. 배부르다. 쌈을 여섯개나 먹어가꼬."


  네, 태용씨는 세는 인간 입니다. 세상을 숫자로 세어 보기를 즐기는 사람이지요. 어깨를 돌린 횟수, 제자리 걸음 수를 세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이고요. 고깃집에서 몇 잔의 소주를 마셨는지, 몇 개의 고기쌈을 삼켰는지, 심지어 몇 번의 비누칠을 했는지까지 세는 태용씨지요. 딱히 강박적이진 않고요, 그냥 정말 재미로 셉니다. 숫자라면 치를 떠는 수포자 딸인 나에겐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기도 하지요.


  태용씨는 '수'에 강한 사람입니다. 타고난 숫자감각과 더불어 직업적으로 꾸준히 학습된 결과겠지요. 어린 시절에 수학문제는 당연히 척척 알려주었고요. 나의 발목을 잡았던 '건축역학'도 쉽게 설명해주었죠. 이미 공부한지 몇십년이 지난 문제들을 마치 어제 배운 것 처럼 풀어내는 태용씨. 나는 태용씨의 '수학력'에 감탄하며 자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태용씨의 영민한 숫자감각은 공부 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꽤나 유용합니다. 목돈에 붙는 이자를 계산하거나, 자잘한 돈계산을 할때는 당연하고요. 마트에서 단위별 가격을 계산해내는 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에 최저가를 찾아내는 능력도 갖추었지요. 용량은 무시하고 가격 싼게 다인줄 아는 호갱 딸과는 좀 다르죠.


"간장 이거 사라. 리터당 이게 더 싸다."


  태용씨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중 하나가 숫자이다 보니, 태용씨는 자연히 시간에도 굉장히 철저합니다. 모든일이 그렇겠지만, 설계업을 하는 태용씨는 건축주와 약속된 시간을 반드시 지키지요. 마감에 치닫아 헐레벌떡 하기보다는 충분한 여유를 두고 시간안배를 하는 편입니다. 태용씨의 철저한 시간엄수는일 뿐아니라 일상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모임이나 약속시간에 늦는법은 없죠. 수학력 유전자는 아쉽게도 비껴갔지만 시간엄수 유전자는 물려받아 딸인 나도 시간에는 굉장히 철저한 편입니다. 인생을 통틀어 지각을 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니까요. (지각을 하느니 결석(근)을 하리라!)


아무튼 오늘도 세는 인간 태용씨는 셉니다.


하나, 두울, 서이, 너이, 다슷, 여슷, 일곱, 여덟!


산을 오를때는 몇미터만 더 가면 된다고 설명해 주시는 편
이전 16화 아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