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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12. 2022

작은 마을 언저리가 좋겠어.

건축사들은 본인의 집을 짓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어려운 공간이 바로 집이거든요. 다른 공간과 다르게 목적을 가지고 잠시 거치는 공간이 아닌 뿌리내리는 공간이기에 더욱 그럴지도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집을 본인이 설계해 산다면? 아쉬운 부분만 자꾸 눈에 밟히지 않을까요.


일흔을 바라보는 건축사 태용씨는 그 어려운 것을 꿈꿉니다.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태용씨가 원하는 대로 집을 지어보고 싶거든요. 태용씨는 자신의 집을 지어보는 게 '최고의 꿈'이라고 말합니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얼핏 조형예술적이라 생각되지만, 실은 법규와 인허가의 테두리  안에서만 공간을 창조하는 기술 싸움에 가깝습니다. 자유로운 선과 면들은 건축주와 법과 돈에 의해 수정되곤 하지요. 철저히 규범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때도 있고요. 그래서 더욱 '남의 간섭' 없이 오롯이 태용씨만의 선들로 집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자, 이제 태용씨가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해 묻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복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곳으로 우선 갈 생각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선호하는 태용씨이거든요. 10~2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의 언저리면 좋겠습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면서도 소통될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지 선정에 관해서는 딸인 나는 반대하는 입장임을 일러둡니다. 의료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본가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나중에 운전능력이 떨어지면? 검진 차 병원이라도 갈라치면? 혹시 모를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이런 많은 If와 물음표와 걱정이 많은 딸이라서요.


이런 딸의 걱정을 뒤로 한채 태용씨는 대답을 이어 갑니다.

용도는 주택과 사무실을 합친 형태가 될 겁니다. 이를테면 1층이 사무실이라면 2층은 주택인 그런 공간이겠죠. 마당은 넓고 실내 규모는 작게 계획하고 있어요. 2인 노부부에게 큰 공간은 필요치 않을 테니까요. 주공간은 오픈스페이스로 내어둘 생각이지요. 하지만 다락은 컨셉추얼 하게 꼭 넣고 싶습니다. 그 다락은 손님, 특히 손자 손녀들을 위해 게스트룸이자 놀이방의 용도로 재미있게 구성할 예정이에요.


태용씨가 구성한 다락에서 딸과 술래잡기할 날을 고대해 봅니다.


설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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