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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13. 2022

노견 구름이와 함께 하는 실버 라이프

태용씨는 평범한 동물 애호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웠죠. 개들은 마당에서, 고양이는 방에서 함께 생활했습니다. 고양이와 놀았던 기억이 참 많습니다. 고양이가 서랍 안에서도 발견되기도 하고 말이죠. 결혼 후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좋아하는 반려동물을 기르기 어려운 여건이 되었습니다. 공동주택인 데다 답답한 아파트 공간에 동물을 기른다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가구 주택에 살던 2010년, 시츄 구름이를 가족으로 맞이합니다. 대학생이던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책임비를 내고 데려왔지요. 바깥 베란다도 있고 옥상도 있었기에 키우는 것을 허락해 주었을 겁니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뛰놀 공간적 여유가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구름이와 보낸 세월이 꽉 채운 12년을 넘어갑니다. 그 시간만큼 태용씨도, 구름이도 차츰차츰 나이를 먹어왔습니다. 구름이는 어느새 태용씨만 졸졸 쫓아다니는 껌딱지 노령견이 되었지요.


여전히 명민하게 간식을 얻어먹는 센스가 있고, 다른 강아지들에게 대한 관심을 보입니다. 산책 때 맡는 바깥의 냄새도 사랑해마지않고요. 낯선 사람에게는 예민하게 짖어대기도 하죠. 게다가 만 12세가 믿기지 않는 나름의 동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책  건너던 징검다리가 어째 좀 버거워 보입니다. 산책 이외의 시간에는 전용 방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죠. 누구보다 빠르고 민첩하던 반응도 조금 둔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신장도 나빠져 요로결석으로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가족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요.


태용씨와 구름이는 그렇게 나이듦을 함께 경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빠르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불가역적인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은 같기 때문이죠.


 나이듦이라는 것이, 

그저 단순한 늙어짐이 아니라

깊이있는 여유로움이 되길,

구름이의 언니이자 아빠의 딸로서, 

바라봅니다.


뜨순 담요가 제일 좋은 구름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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