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용기
우리는 사람 때문에 상처를 입고, 또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 인간관계는 삶의 축복이자 시련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람 만나면 피곤해.”, “혼자가 편해.”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혼자서는 결코 온전해질 수 없는 존재다.
“연결은 인간 존재에 있어서 이유 자체이며,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다.”
-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좋은 사람을 만나고 바깥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과감히 희생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이는 감정적인 모험이다. 사람에 데인 경험이 있다면, 다시 사람을 신뢰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두렵고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마치 상처 후 다시 연애를 시작하며 사랑으로 치유되듯, 인간관계에서도 다시 손을 뻗을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는 사람으로부터 오지만, 치유도 사람을 통해 온다.
뇌과학적으로도 인간은 관계없이는 기능하기 어렵다. 뇌에서 사회적 연결과 관련된 대표적인 영역인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는 사회적 고립이나 배제 상황에서도 실제 신체적 고통과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즉,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하거나 외면당했을 때 느끼는 마음의 아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뇌가 ‘고통’으로 인식하는 실제적 반응이다.
UCLA의 신경과학자 매튜 리버먼(Matthew Lieberman)은 그의 저서 『사회적 뇌(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에서 “인간의 뇌는 사회적 연결을 위해 설계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면, 뇌는 서서히 고립의 고통을 축적하게 된다. 그 누구도 자신이 있는 곳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결국 ‘관계의 끈’이 약해진다.
관계의 끈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을 뻗어주는 사람은, 내가 먼저 손을 내밀 때에야 비로소 다가온다. 그래서 관계는 용기이고, 만남은 주도적 선택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을 찾아야 내 인생이 더욱 건강하고 즐거워질까?
『인생에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는 책에서는 다음의 일곱 가지 관계를 제안한다
1. 죽마고우 – 나의 과거를 알고도 사랑해 주는 친구
2. 인생의 멘토 – 나보다 앞서 걸으며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
3. 격려하고 도와주는 동료 – 함께 고민을 나누며 성장하는 관계
4. 이끌어주는 상사 – 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끌어올려 주는 존재
5. 서로 아끼는 파트너 – 일과 삶의 균형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
6. 소울메이트 – 말없이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
7. 사랑하는 사람 – 존재 자체로 삶의 에너지를 주는 존재
이 7가지는 책에서 나온 ‘자기폐쇄적’인 사람들의 특징을 필자가 반대로 생각한 사례다. 즉,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며, 인간관계의 문을 걸어 잠그는 사람들은 이 7가지 유형의 관계가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일곱 가지를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단 하나의 관계만으로도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필자를 다시 일으켜준 사람들
29살. 20.3월 블랙데이 때 주식으로 8천만을 잃고 빚 4천만원을 지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나를 붙잡아 주고 다시 해보자고 다독여준 사람은 학교선배이자 직장동료인 형이었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 됐다. 어머니는 암진단을 받으셨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5년 만난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삶의 의미를 잃고 있던 2020년 11월, 나의 가능성? 가치?를 본 대학동기가 찾아왔다. 그 친구 덕분에 조금씩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정말 사랑하고 소중한 아내와 아들이 있다. 가족은 내 삶의 이유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 덕분에 살아가고 있고, 다시 웃고 있다.
이처럼 좋은 멘토를 만났을 때, 혹은 마음이 통하는 단 한 명의 친구를 만났을 때, 삶은 놀랍도록 풍성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부른다. 이는 단순한 친분이 아니라, 신뢰, 소속감, 상호 지원이라는 심리적 자원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더 잘 다루고, 회복 탄력성(resilience)도 강하다. 실제로 하버드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에서도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좋은 인간관계’였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 말은 ‘타인이 내 삶을 억압할 수 있다’는 철학적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하며, 인간관계 전체를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되어간다.
결국, 관계는 위험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인생은 깊어지지 않는다. 관계는 때로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보다 더 우리를 단단히 살아가게 만든다. 그러니 이제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열고, 세상에 손을 내밀어 보자.
단 한 명의 사람과의 만남이,
당신의 삶을 바꾸는 기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