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밀가루와 이스트가 없다

사워도우 브레드

by TwoHearted


코로나 셧다운이 휴지 대란 사태와 함께 시작되었다.

휴지 사재기에 대한 심리 분석을 읽어보아도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마트의 텅 빈 휴지 선반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했었다. 집에 남아있는 휴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를.


비이성적으로 지나치게 겁이 많은 미국인들의 오버라고 생각했다. 애매한 오후 시간에 마트에 가보면, 육류와 계란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파스타, 캔 토마토, 파스타 소스, 타코 쉘, 밀가루 등등의 선반은 초라할만치 휑하기 일쑤였다. 애써 동요되지 않으려고, 곧 괜찮아지겠지 괜찮을 거야 중얼 대면서 고개 돌려 외면하곤 했다. 캔 제품이나 병에 든 파스타 소스, 레토르트나 냉동 음식 류는 원래도 잘 사지 않는 편이라서, 카트가 넘치도록 담아내는 그들의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날 수 있었지만, 우리의 문제는 밀가루와 이스트였다.






대략 일주일치, 요리할 메뉴와 필요한 재료를 메모지에 적으면서 계획하고, 그에 따라 장보기를 다녀오는데, 쇼핑 목록에 밀가루와 이스트는 디폴트처럼 내내 저장되어 있었다. 밀가루 선반이 정상적으로 진열된 모습을 다시 보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고, 이스트는 세 달이 지나고 나서야 돌아왔다. 오늘도 없겠지, 체념하면서도 습관처럼 진열대에 다가섰을 때 너무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올려다봤더랬다. 인스턴트 이스트 $ 0.59. 지난 석 달 동안 아마존에서 3개 20불에 파는 것을 보면서, 수요 급증인지 공급 부족인지 그 불균형을 받아들이는 것이 못내 불편하면서도, 아쉬우니 그냥 사야 하나 망설이곤 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짜릿한 기분마저 들었다.


3월에 첫 배양한 사워도우 스타터에서 파생된 2세대 스타터를 냉장고에 보관 중이다.



그는 이스트 대란이 이토록 오래 가리라는 것을 예상했던 것일까.

3월의 어느 날, 사워도우 스타터를 배양하기 시작했다.


밀가루와 물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지만, 매일매일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며 2주 이상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해서, 나는 애당초 "남의 일"처럼 여겼다. 그냥 시큰둥하게 그래그래, 시간도 많은데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렴, 뭐 그런 마음으로.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기도 전에, 밀가루 흘려가며 한국 밥숟가락으로 휘휘 젓는 "남의 일"을 먼 산 구경하듯 했다. 스타터가 시큼한 냄새를 제대로 풍길 때쯤 그가 첫 브레드를 굽기로 했을 때에도, 밀가루와 스타터를 넣은 도우를 만들고 숙성시키고 글루텐을 만들어 다시 숙성시키는 일련의 과정 역시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빵 구워지는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하면 그제야 주방으로 달려가, 무슨 리본 커팅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갓 구워진 빵이 슥슥 잘리는 걸 구경했다. 그러니까, 버터 얹어서 시식하는 그 순간에만 얌체처럼 끼어들어 함께 성공을 축하했던 거지.



첫 빵을 구워내고 나서도, 이것 저것 책도 뒤적이고 인터넷도 찾아보던 그는, 매 번 조금씩 방법을 다르게 적용하더니 매 번 지난번보다 맛있는 빵을 구워냈다.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하도록 구워낸 사워도우 로프 하나로 일주일쯤 든든한 브런치를 챙겨 먹다 보니, 문득 궁금해지더라. 내가 만들어 보면 어떤 빵이 나올까, 하고.

그리하여, 그의 정성 어린 사워도우 브레드 여섯 덩이를 넙죽 받아먹기만 하던 어느 날, "내가 한 번 만들어보겠어!" 큰 소리를 쳤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당신이 옆에서 지시해줘, 시키는 대로 움직이겠어요." 하고 작게 덧붙였다.



1. 하루 전 날, 사워도우 스타터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따뜻하게 해 준다. 미리 활동 준비를 시키는 거지.

2. 믹싱 볼에 all purpose 밀가루 3 cup과 kosher 소금 2 tsp을 넣어 섞는다.

3. (이번에도 애정의 할라페뇨 체다 브레드를 만들기로 했으므로) 재료를 미리 준비한다. 할라페뇨 4개 썰고, 체다 치즈 2/3블록을 잘게 갈아낸다.

4. 100F 물 1 cup, 스타터 3/4 cup, 꿀 2 Tbs을 잘 섞어준다. 꿀은 스타터의 왕성한 활동을 위한 촉진제. 그리고 구워질 때 표면을 갈색으로 맛깔나 보이게 만들어준다고.

5. 밀가루가 들어있는 믹싱 볼에 4의 스타터 물을 부어 숟가락으로 대충 저어 준다. 그리고 10분 정도 기다리는데, 밀가루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시간을 주는 거란다.

6. 밀가루를 흩뿌린 아일랜드에 5의 반죽을 내려놓는다. 덩어리 진 반죽을 들어 올려 중력으로 늘어지도록 몇 번 흔들어준다. 글루텐을 기르는 것.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늘어나면 내려놓으며 반으로 살포시 접는다. 90도 회전시켜 들어 올려 흔들어주는 작업을 네댓 번 반복한다.

7. 믹싱볼에 넣고 물에 적신 수건을 덮어 휴식 시간을 준다. 30분 정도.

8. 6-7의 과정을 반복한다. 두 번 혹은 세 번.

9. 믹싱볼에 도우를 넣고, 물에 적신 수건을 덮어 전원이 꺼진 오븐 안에 12시간 이상 내버려 둔다.

10. (15시간 후..) 수건을 걷어내고 부풀어 오른 도우의 자태에 감탄한다.

11. 아일랜드에 밀가루를 흩뿌리고, 도우를 꺼내어 살포시 반으로 접는 것처럼 니딩을 몇 번 해준다.

12. 도우를 다시 볼에 넣고 수건을 덮어 상온에서 한 시간 정도 둔다.

13. 마지막으로, 아일랜드에 밀가루를 뿌리고 도우를 꺼내어 조심스레 만져준다. 끝에서부터 중간을 향해 접는 것처럼 네 방향에서 접어 올리는 동작을 몇 번 해준다.

14. 이 정도면 됐어, 싶어 지는 때가 오면 몽글몽글한 도우를 손으로 잘 다듬어 동글한 모양을 잡는다.

15. 중간 크기의 믹싱볼에 파치먼트 페이퍼를 깔고, 도우를 살포시 담는다. 다시 물에 적신 수건을 덮고 냉장고에 넣어 2시간-3시간 정도 프루핑을 한다.

16. 냉장고에서 도우를 꺼내기 1시간 전, 더치 오븐을 뚜껑을 덮은 채 오븐에 넣고 500F로 예열을 시작한다. 뚜껑 덮은 더치오븐은 수분을 가두기 때문에 겉바속촉 빵을 만드는 데 제격이라고 한다.

17. 날카로운 블레이드를 미리 가져다 놓고, 어느 방향으로 어떤 모양으로 scoring을 할지 미리 생각해 둔다. 나는 (우리는) 가운데 부분을 살짝 휘둘러 지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양을 선택했다.

18. 예열된 더치오븐을 꺼내고 (장갑 양손 장착!) 냉장고에서 도우를 꺼낸다.

19. 파치먼트 페이퍼 채로 살포시 도우를 들어 올리고, 더치 오븐 한가운데에 안착시킨다.

20. 블레이드로 스윽- 그어준다. 도우가 뻑뻑하니 쉽지 않다.

21. 뚜껑을 덮어 오븐에 넣고 35분.

22. 뚜껑을 열고 25분 더.

23. 온 집안에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면, 빵을 꺼내어 그 자태를 감상한다.

24. 한 김 식으면 슥슥- 칼질.

25. 버터 조각 얇게 잘라서 얹고 스르륵 녹을 때까지 10초 기다렸다가 시식.





이제, 냉장고 한편에서 숨죽이고 있는 사워도우 스타터가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인스턴트 이스트가 품절이었던 석 달 동안의 셧다운 기간 동안, 사워도우 브레드로 참 많은 아침을 그럴듯하게 보냈다. 아이리시 버터와 무화과 잼으로, 때로는 아보카도와 스크램블 에그로, 때로는 블랙 포레스트 햄을 얹거나 볶은 버섯 잔뜩 올려서.


그 행복한 브런치 타임을 선물한 사워도우 브레드를 굽는 일이 이토록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는 것을 내가 직접 만들어 보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25번까지, 그 과정을 기억하기 위해 번호를 매겨가며 메모지에 기록을 해야 했을 만큼 성가시다면 성가신, 정성이라면 정성인 일이었다. 이제 냉장고 한편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사워도우 병 두 개가 남일 같지 않다.


엊그제 장보기에서 인스턴트 이스트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9개를 사들고 돌아왔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사워도우 스타터로 브레드를 만들 것이다, 코로나로 갇혀있던 백일 동안 일곱 개의 로프를 만들었더랬지, 회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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