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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의 늦바람 May 18. 2021

D-227 퇴사 전에 바다 좀 보고 올게...

나를 찾아 떠난 여행 - 4개의 자아와의 대화

나는 직장인 인플루언서이다.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 생각해 불과 1~2년 전까지 조직에 충성했지만 늦바람이 났다.

6개월 프로젝트 기간: 2021년 3월 31일 ~ 2021년 9월 30일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믿고 와이프의 허락 하에 1박 2일 나홀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는 바다다. 떠나는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가 있었던 서울이나 지금 이곳 바다나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사람들은 혼자서 바다를 보러간다고 하면 무슨 일 있냐며 걱정스레 묻는다. 딱히 무슨 일이 있거나 그렇지는않다. 그냥 혼자서 새로운 곳을 걷고 보고 느끼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들의 정답이 떠오르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기대감 뿐이다.


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나를 단단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 힘을 느껴보기 위해 40,000보가 넘는 오늘 하루, 나혼자만 함께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나의 또 다른 자아인 에고도 같이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다양한 감정이 한 어린아이의 정신세계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기쁨, 버럭, 슬픔, 까칠, 소심 총 5가지의 감정이 닉값을 톡톡히 해낸다. 상황에 따라 특정한 감정이 더 표출되어 어린 아이의 감정을 나타낸다.


즉, 사람의 내면에는 여러가지 자아(ego)가 존재한다. 그렇다. 혼자서 여행을 시작했지만 40,000보의 걸음길에는 또 다른 나의 모습과 함께하고 있다. 지금부터 나와 함께한 자아를 간단히 이야기 하겠다.


1. 근심이 : 퇴사 프로젝트와 퇴사 후 삶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한 아이다.
2. 긍정이 : 퇴사 후 잘 안풀려도 먹고 살 방법은 있다고 무한긍정하는 아이다.
3. 만족이 : 현재 삶도 만족스럽다고 지금 바로 하늘을 보고 안분지족을 알으라는 아이다.
4. 도전이 : 시시한 삶은 싫다며 가슴 뛰는 삶을 살라고 부추기는 아이다.

잠깐 이렇게 되면 집합금지 위반인데...;;(5인 이상 모임 금지)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때마다 수면 속에 있던 자아들이 잠에서 깨기 시작한다. 귀와 마음을 열고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잠재의식은 자아들의 기상을 부추긴다.


너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와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거야?

그리고 이내 나와 친해지기를 원하는 근심이는 불쑥 튀어나온다.


어이, 자네! 퇴사하고 하고 있는
유튜브 잘 안되면 어떡하게?
솔직히 그거 믿고 나오려는거 아니야?
잘못하면 너 뿐만 아니라 가족도 힘들어져!


근심이는 나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축 처진 어깨와 나의 발끝은 일직선이 된채 한 걸음 두 걸음 아무런 말이 없는 바다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에는 긍정이가 나를 부른다.


불안이 말 너무 새겨 듣지마~
너 정도 수준이면 유튜브 채널
다시 파도 잘할 수 있어!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이 있을거야~
정 안되면 편의점 알바라도 뛰어!


긍정이는 나의 불안함을 달래 주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촉촉한 빗방울이 소나무를 적시는 소리는 이루마의 Kiss the rain처럼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데 도움을주었다. 


택시를 타고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살았던 오죽헌에 도착했다. 잠시 기계음 소리와 떨어져 옛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한옥을 보던 중 만족이가 대화를 건넨다.


안녕? 지금 이렇게 살아도 행복하지 않아?
지금이 더 중요하고 이미 행복한데
뭐하러 고생을 선택해?
너는 지금 배부른거야~
굳이 왜 리스크를 걸어?
지금 하늘을 바라봐봐~
너무 아름답지 않아? 현재를 즐겨봐


만족이 말이 맞다. 지금처럼 살아도 가족끼리 부담없이 이 멋진 풍경을 함께 할 수 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것일까?


 지금 내가 퇴사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것은 결국 내 만족을 위해 가족을 담보잡는건 아닐까? 만족이는 결국 낮잠을 자던 근심이를 불러냈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을 읽으니 마음이 동요되었다. 율곡이이의 영정이 있는 문성사를 근심이와 만족이와 함께 방문하니 그들은 더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거봐~ 평범하게 살면
이런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잖아.
한번뿐인 인생 남들처럼 순탄하게 살자~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썼지만 왜 나의 옷은 마음처럼 젖기만 하는 것일까?

2시간 후 일몰을 보며 안목해변을 거닐기 시작했다. 온 세상을 밝게 비추었던 햇님은 잠이 들고 달님이 기상하기 시작했다. 근심이, 만족이와의 대화 후 나는 혼자만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왜 6개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그런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러자 도전이가 노크를 했다.


(knock knock)

제프 베조스의
'후회 최소화 법칙'벌써 잊었어?
 그때 너는 결심했잖아.
퇴사가 정답이라고.
그래서 6개월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했잖아!
한번뿐인 인생
자주적으로 나답게 살아보자!


다시 '후회 최소화 법칙'을 자아에게 물어봐도 전과 결론은 똑같았다.

근심이와 만족이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도전이의 외침으로 긍정이도 다시 여정길에 함께했다.




6개월 퇴사 프로젝트 이제 1.5개월이 지났습니다.

퇴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 가끔은 불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해도 불안감에게 잡아먹히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고 난후에도 근심이와 만족이가 급습을 하겠지만 긍정이와 도전이와 대화를 통해 급습의 크기와 빈도를 최소화해야겠습니다.


오늘은 긍정이와 도전이와 함께 밝은 미래를 나누며 잠이 들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인플루언서라 죄송합니다.

퇴사까지 227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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