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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의 늦바람 Nov 23. 2021

공기업 퇴사 당일, 비로소 마주하는 것들

퇴사의 기억

나는 직장인 인플루언서이다.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 생각해 불과 1~2년 전까지 조직에 충성했지만 늦바람이 났다.

퇴사 프로젝트 첫 번째 기간 : 2021년 3월 31일 ~ 2021년 9월 30일

퇴사 프로젝트 두 번째(마지막) 기간 : 2021년 10월 1일 ~ 2021년 11월 16일

퇴사 프로젝트 전체 기간 : 2021년 3월 31일 ~ 2021년 11월 16일




지난 금요일부로 나는 민간인 신분이 되었다. 퇴사 당일에 느꼈던 나의 심정과 각오를 기록하고자 한다.


퇴사 당일인 지난 금요일 나는 무슨 심정이었을까? '회사'에 대한 감정과 '나'에 대한 감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회사에 대한 감정이다.


1. 고맙다

2015년 여름,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전환 되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한글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엑셀조차 다루지 못 했었다. 그러니까 간단한 SUM함수는 물론이고 출력하는 방법도 몰랐었다. 그러하기에 6년이라는 직장인 신분동안 참 고맙고 감사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가르치고 먹고 살게끔 월급을 주며 난 성장해갔다. 누군가는 노동과 자유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회사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2. 미안하다.

직장인 6년차, 대리라는 직급. 한참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시기다. 사원때는 일을 가르쳐주느라 회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약간은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리부터는 자기 역할 이상을 해나간다. 신입사원을 챙기기도 하고 혼자서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직급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점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서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낄수도 있다. 누구나 그랬듯이 나 또한 불과 1~2년 전 만해도 이곳에 뼈를 묻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으니까.


그래서 미안하다. 오직 나의 길을 찾고자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3. 아쉽다.

동기들과의 관계. 회사에서 친했던 분들과의 관계를 떠올리면 아쉽다. 사실 퇴사를 결심할때만해도 나에게 이러한 감정은 없었다. 그러나 한 명, 두 명, 세 명... 인사를 나누다보니 너무나 아쉽다. 6년이라는 시간은 중고등학교를 다닐 시간이고 대학교를 1.5번 다닐 세월이다. 그들과 연락은 이어지겠지만 전만 못할거라는게 사실이다. 관심사가 달라지고 나는 이제 회사 밖 주변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새로운 인연이 생길것이기에 너무 아쉬워하지만 말자. 비워내야 새로운 것이 채워진다고 하지 않는가. 울컥할 것 같은 아쉬움이지만 괜찮아질거다.




그렇다면 '나의 일과 미래'를 마주하니 무슨 생각일까?


1. 설렌다.

어떤 일이 펼쳐질까? 한달 뒤, 1년 뒤 어떤 세계와 하이파이브를 할까? 말 그대로 너무 설렌다. 그동안 회사 그늘 아래서 꿈만 꾸었던 일들을 펼칠 수 있다. 쫘악 새하얀 티끌 하나 없는 도화지를 펼친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구마구 그린다. 그러다 별로면 다시 한번 말끔한 하얀 도화지를 휘익 펼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만큼 그에 대한 결과는 온전히 내가 감수해야 하지만 설렌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 그러니까 콜라보, 인터뷰, PDF전자책, 퍼블리, 카페개설, 강의, 광고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인가! 자그마치 1.5년을 기다렸다. 


나는 강을 건넜다. 기존에 알고 있던 세상에서 강 건너 반대편으로 건너왔다. 아직은 안개가 나의 시야를 가린다. 그러나 한 걸음, 두 걸음 걷다보면 무한한 세상이 나를 환영할 것이다. 그 곳이 무릉도원일지 지옥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설렌다. 내 결정에 의해 달라지는 결과니까 말이다. 이 말은 잘 안되면 내가 다시 극복하면 된다는 말이다. 잘 안되면 어떠한가?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지 않던가!


2. 즐겁다.

성과가 있다. 퇴사 후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에 분명 퍼포먼스가 있다. 아무 대책 없이 퇴사를 했다면 불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겠지만 지금은 그저 즐겁다. 수익도 생기고 앞으로 푸르고 커다랗게 자랄 나무의 뿌리를 심는다. 앞으로 더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에 즐겁다.


즐겁다를 넘어서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못하고 있던 블로그 애드포스트를 달았고 퍼블리 작가에 지원도 했다. 앞으로 온라인클래스에도 지원하고 정부기관에 다양하게 제안도 할 것이다.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리.


3. 뿌듯하다.

브런치에 쭈욱 기록으로 남겨놨듯이 퇴사프로젝트를 8개월간 시행을 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안고 퇴사했다. 퇴사 프로젝트 결과가 좋았기에 뿌듯하게 퇴사를 할 수 있다. 만약 퇴사 프로젝트 아웃풋이 변변치 않았다면 뿌듯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2021년 3월말, 호수를 바라보고 '퇴사냐 vs 남느냐'에 대해 고민 끝에 '죽음'을 생각했을때 나는 다시 태어났다. 죽음까지 생각했는데 까짓것 한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게 퇴사프로젝트였고 그걸 기록으로 남긴게 이 곳 브런치다.


8개월이란 시간동안 나름 치열하게 노력했고 고민했고 좌절했고 성과를 맛 보았다. 그러한 시기가 있었기에 나는 퇴사 당일을 마주했을때 뿌듯한 심정이다.



퇴사당일.

태양은 따사했고

바람은 선선했으며

마음은 충만했다.


2021년 11월 19일 금요일.

영등포 한 가운데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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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다.

나의 퇴사 프로젝트는 성공했노라고!

나는 퇴사에 앞서 덜 불안하다고!

당신도 이렇게 준비해보라고!

이렇게 그들에게 증거가 되고 싶다.


인플루언서라 죄송합니다.

지금은 퇴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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