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텃밭_8月_두 번째
8월 여름의 아침을 알리는 매미의 울음은 왠지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환청 같다. 생각보다 긴 여름 동안 내내 들으며 일상을 살아가지만, 금세 바뀌는 계절에 커다랗던 매미 울음을 망각해 버리기 때문에 더 그 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매미의 울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환청처럼 유난히 시끄럽게 느껴진다면 올해 장마는 끝이 났고 이젠 다음 계절을 준비하라는 신호다.
여름상추는 금상추
장마로 인해 밭으로 향한 발걸음이 많이 줄었다. 장마철 초반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잔뜩 남긴 발자국은 장맛비에 씻겨 사라지듯 중후반부터는 어찌할 도리를 몰라 밭에 가지 않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막을 순 없었고 의례적으로 치르는 여름의 시련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거다. 초보 농부로서 처음 맞닥뜨린 시련은 컸다기보다는 무지로 인해 그 크기를 가늠조차 못했다.
장마가 끝난 직후, 살짝 언덕이 진 밭이라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아 장마철이 지난 후에도 상추를 수확해서 잘 섭취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여름의 금상추라면서 계속해서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수확했다. 물론 요즘엔 농법도 기술도 발달해 사계절 내내 수확이 가능하고 여름용 상추 품종도 생겼다 해 여름 금상추 시대는 끝났다고는 한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팔팔 끓는 지구가 되어가는 이상기온에 적응을 잘할 작물들은 없지 않을까. 아무래도 날씨의 영향을 많는 식물이라 한계가 있을듯하다. 혹 나중에는 금상추가 아니라 다이아상추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하니 막막하다. 이 맛 좋을 걸 못 먹게 된다면 큰일인데... 상추를 위해서라도 기후위기는 꼭 막아야한다.
더워도 할 건 해야지
여름의 끝자락으로 다가갈수록 습하고 찝찝하고 더워져 움직이는 것이 더더욱 귀찮아진다. 이 시기에는 참으로 할 일이 많은데 자꾸만 미루게 된다. 그럼에도 할 건 해야 한다.
일 년 행사 중 한국인이라면 가장 중요한 김장을 준비하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장 때면 온 가족이 모여 일손을 모아 김치를 담그는데 이번 해에는 직접 기른 작물들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삽, 쇠스랑, 호미 등 농부의 연장을 잔뜩 챙겨 수레에 담고 넓지 않은 밭의 끝으로 향했다. 만들어둔 틀밭 중 빈 곳은 무 모종을 심는 것으로 채우고 많은 양의 배추와 순무, 무룰 심어야 하기에 틀밭이 아닌 두둑을 세우기로 했다. 푹푹 찌는 더위 안에서 밭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쉴 틈 없이 흐르는 땀과 시도 때도 차오르는 짜증을 견뎌낼 줄 알아야 했다.
김장채소 재배를 위한 가을 농사 준비
> 배추, 무, 순무 심기
> 장마가 끝난 8월 중후반
1. 밭에 거름을 뿌리고 잘 섞고 두둑 만들기
일 년을 책임지는 김장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속이 꽉 찬 배추와 튼실한 무가 필요하다.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꽤나 비장해졌는데 이것은 모두 김장이라는 빅이벤트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절인 배추와 무를 잔뜩 구매해 김장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직접 김장채소를 기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밭을 정리하기 위한 첫 삽을 뜰 때부터 김장을 벌써부터 시작했다는 자세로 임했다.
2. 작물을 위한 멀칭
멀칭 전에는 물을 듬뿍듬뿍 밭에 먼저 뿌려준 후 멀칭을 한다. 멀칭을 할 때 비닐이 아닌 친환경을 위한 더 좋은 재료로는 볏짚, 낙엽, 왕겨, 잡초, 코코칩 등이 있다. 전에 쓰고 남은 비닐 멀칭이 버리기는 아까워서 사용하기로 했다. 다 소비하고 나면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멀칭 하기로 다음을 기약한다.
3. 멀칭에 적당한 구멍을 뚫고 파종, 모종 심기
파종을 위해서는 비닐을 뚫어야 한다. 작물마다 적합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밭의 크기에 따라 개수를 정해 뚫어주면 좋다. 무와 순무 보통 약 30cm 정도의 간격으로 심고 배추는 약 40cm 정도로 널찍하게 심어주면 좋다.
4. 배추에 한랭사 설치하기
벌레의 인기맛집 배추에게 농약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 한다면 한랭사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모종을 심고 난 후 바로 배추를 전체적으로 덮어주면 촘촘한 한랭사에 벌레 침투가 어려워 최대한 깨끗하게 배추를 길러낼 수 있다. 나의 밭에는 배추를 심어둔 곳 가까운 곳에 향나무가 있는데 잎이 떨어져 배추 속으로 들어갈까 봐 설치해 둔 이유도 있다.
5. 김장채소 병충해관리방법
어느 정도 자랐을 때 무와 순무는 솎아주는 것만 잘한다면 딱히 걱정거리가 딱히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벌레맛집 배추다. 농약을 아예 안 쓰기에는 벌레가 너무 꼬여서 자꾸 갉아먹힌다. 또 약으로도 어렵다 느낀 벌레는 징그러우면서도 귀엽게 생긴 배추벌레다. 날 잡고 젓가락으로 벌레를 제거해줘야 한다. 물론 맨손으로 잡을 자신이 있다면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끼리 먹을 채소들이라 농약은 최대한 피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서 시도한 방법은 소주나 막걸리를 뿌리는 방법이다. 소주는 물과 1:1로 섞고, 막걸리는 500ml에 물 4L, 사카린 5g을 섞어서 뿌려주는 방법이다. 주 2회 정도 주기적으로 뿌려주면 되는데 이 작업이 생각보다 번거롭다. 이쯤 되니 느낀 건 여름 농사는 부지런한 사람들에게 좀 유리한 것 같기도 하다.
8월의 여름은 이른 새벽부터 밭에 나가 최대한 빠르게 작업을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더웠다는 것 빼고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김매는 건 진작 포기한 지 오래라 밭은 숲처럼 우거져있지만 꽉 찬 밭을 보면 괜히 뿌듯하다. 아직까지도 푹푹 찌는 더운 여름이지만 김장 채소들을 심고나니 벌써 한 해 농사가 끝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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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힙스터]
"태어난 곳은 시골, 내 꿈은 힙스터"
시골의 일상을 그리고 담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과 마음이 따르는 행복을 실천하는 진정한 힙스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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