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장소에 왔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서관이 생겼다. 자전거나 버스를 타야만 올 수 있는 거리다. 새로 생긴 서점이나 도서관이라면 직접 가보는 것이 취미다. 예약해 둔 책이 입고되었다는 문자를 받은 김에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천장이 높고 사람의 흔적이 아직 많지 않은 공간이었다. 북적이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서가를 구경하다 발길이 멈춘 곳이 있었다. 커다란 창가 옆에 놓인 1인용 테이블 앞이었다.
나는 혼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좋아한다. 원형이든 사각이든 크든 작든 아무 상관없다. 때마침 방문한 도서관에 마음에 드는 테이블이 있다니! 의자는 등을 잘 받쳐주는 데다 폭신해서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의 높이도 책을 읽거나 글쓰기 적당했다. 이곳에서 머물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몇 권을 골라 앉았다. 창가 너머로 초록의 나무와 색색의 꽃들, 작은 공원이 눈앞에 넓게 펼쳐졌다. 의자에 기대어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자연의 풍경은 산책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공원 곳곳의 나무며 풀과 꽃들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무 사이로 까치며 참새며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다닌다. 바로 여기다! 앞으로 내가 글을 쓸 장소. 새가 나뭇가지를 모으며 둥지를 짓듯 부지런히 문장과 글을 만들어 낼 나만의 1인용 테이블. 마치 작은 안식처를 찾은 기분이었다.
내게 딱 맞는 글쓰기 좋은 곳이나 마음 편해지는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사를 온 뒤 그런 곳을 찾기 위에 동네 여기저기를 헤맸다. 몇 군데의 카페와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어디가 좋을까 매일 고민했다. 실패한 곳도 있고, 몇 번 가다 보니 정이 든 곳도 있다. 맛있는 커피 덕에 저절로 마음에 든 곳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거실 한편에 자리 잡은 원형 테이블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 글을 써야 한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이 떠오른다. 나만의 방을 여러 개 만들어 둘수록 나의 글도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1인용 테이블에 앉아 더없이 충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햇빛을 머금은 이파리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책을 읽다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다 글을 쓴다. 나만의 장소에 앉아 글을 쓸 때마다 어떤 이야기가 또 피어올랐다 사라지고, 그중 몇 개는 글자로 바뀌어 글로 살아남을까. 쓰고 또 쓰면서 몇 번이나 좌절하고 막막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쓰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일상 곳곳에 만들어둔 1인용 테이블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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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테이블 연재 브런치북을 마칩니다. 앞으로는 매거진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보내주신 응원과 따뜻한 댓글 덕분에 많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