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_24회
파도소리
1987. 4. 8.
저녁을 먹고 야간경계실습이 있었다. 간식으로 건빵을 지급받았다. 이곳 훈련소에서 간식으로는 처음 받아보는 건빵이었다. 보급계가 받아와서 향도가 나가면서 한 봉씩 지급하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즉, 내무반장님께 알리지 않고 우리 멋대로 건빵을 나누어 먹었다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이러한 일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군이다. 때문에 지시계통의 지시 없이 행동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린 너무 경솔하였던 행동에 대하여 반성하였다.
좀 힘들고 피곤하니까 나태해지기 시작하였다. 군인다운 패기 이러한 것은 군기가 충만할 때 지절로 나오는 것이다. 행군 형태로 해안까지 갔다. 7번 국도를 건너니 곧 해안이 나타났다.
탁 트인 동해바다가 한눈에 꽉 차 들어왔다. 바다 내음이 진하게 다가왔다. 황혼이 서서히 바다 위를 엄습해 왔다. 황혼이 들고 파도소리가 있고 반달이 머리 위를 내리비쳐 주었다. 약간의 바람이 귓전을 스치는 해안은 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였다.
바로 바다 앞에서 강의를 듣는 것도 참 오랜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쉼 없이 왔다가는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순리를 보는 것 같다. 파도소리라고들 말을 한다. 파도가 이름 모를 소리를 전하여 주기 때문이다.
파도는 자기 스스로 많은 비밀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비밀들을 알지 못할 소리로 우리에게 전하여 주고 있다. 우린 이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파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아득히 잊혀 가는 고향의 전설을 떠 올릴 수 있는 것 같다.
달빛이 은은히 어깨 위를 비추고 초병의 노랫소리가 있고 파도의 속삭임이 있고 탐조등의 불빛이 춤을 추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