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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의 이상형 인간상 위버멘쉬가 오징어게임 2의 이정재라고?

by 박소형 Jan 10. 2025

올해 첫새벽 온라인 독서 모임(이하 새온독)이 시작된 한 주였다. 새온독은 책을 추천한 선배님이 새벽 5시 반에 줌을 열고 한 주를 이끌어가는 규칙이 있다. 이번 주 리더인 선배님이 선택한 책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이었다.     


      

니체라고 하면 떠오르는 “신은 죽었다”라는 문장부터 영원회귀사상, 삶의 예술, 디오니소스적 인간까지 어설프게 알고 있는 파편의 조각 같은 지식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거라 각오하고 있었는데 책을 받아보니 예상과는 다른 책이었다. 232쪽의 얇고 작은 데다 니체의 아포리즘을 한쪽에 하나씩 정리한 책이었다.         


  

아포리즘은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된 명언이나 금언을 의미하는데 니체는 그의 철학을 긴 논문 형식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아포리즘이라는 짧고 강렬한 문장들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즐겼다. 아포리즘은 마치 망치로 세상을 내리치는 듯한 강렬함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사유를 자극하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특징이 있다. 이에 사람들은 니체를 “망치 철학자”라고 불렀다는 리더 선배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리더인 선배님은 책과 관련된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셨는 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이 박신양 배우님의 <힘든 시간도 사랑하라>는 강의였다. 그는 러시아 유학 첫해에 러시아 교수님께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든지 계속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교수님은 조용히 러시아 시집 한 권을 주셨다고 한다. 그 시집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시집을 읽고 인생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착각임을, 자신의 인생 중에 50%가 힘들지 않은 때라면 나머지 50%는 힘든 때였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나의 힘든 시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니 누구나 겪게 되는 힘든 시간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진짜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며 강연은 끝이 난다.  


         




니체는 행복을 불행과 같이 크는 나무라고 정의했다. 내 삶에 행복만 있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우리는 불행이 찾아오면 나의 삶을 원망한다. 하지만 불행을 경험했기에 자신의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불행 속에서 지혜를 얻게 되고 그 불행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에게 그 지혜를 전해줄 수도 있다.     


     


폭풍 같은 삶을 견뎌내는 이에게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성장하려는 나무가
험한 날씨와 거센 폭풍우를 피할 수 있겠는가?

한 인간에게 외부의 불리함과 반대,
모든 종류의 증오, 질투, 완고함, 불신,
엄격함, 탐욕, 폭력이 없다면
위대한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바닥 끝까지 내려가 땅 밑으로까지
파묻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당신은 땅 속에 묻힌 게 아니라 심어진 거라고

<p.42>     






새온독의 규칙 중 또 하나는 30분 책을 읽고 난 후에 갖는 BES(Butterfly Effect Speech) 시간이다. 초창기 때는 소심하게도 베스 시간이 두렵기만 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너무 짧다며 끝나는 시간을 아쉬워한다. 자신이 책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문장에 대하여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인데 오늘 내가 공감했던 건 바로 이 문장이다.          



끝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

첫 번째 등급의 대가들은
모든 것에서 완벽한 결말을 찾는 방법을 안다.

반면에 두 번째 등급의 대가들은
종종 끝을 내는 데 있어서 불안함을 느낀다.

포르토피노의 산들이 제노바 만에서
그 멜로디처럼 조용히 그리고 자랑스럽게
바다로 이어지듯 그러한
완벽한 마무리는 드물게 일어난다.

(p.183)   


       

글을 쓸 때 완벽한 결말을 꿈꾸지만 매번 아쉬움이 남아 이 문장에 공감했다. 물론 내가 두 번째 등급의 대가도 아니지만 끝을 내는 데 항상 불안하다. 내가 미리 생각했던 결말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마무리로 끝내는 경우도 많다. 니체의 말처럼 아름다운 산들이 멋진 바다로 이어지는 그런 멋진 결말을 여전히 꿈꾸고 있다.      


이탈리아 포르토피노 산



그러다 갑자기 지난 주말에 봤던 오징어 게임 2의 혹평이 생각났다. 시즌2가 시즌1에 비해 혹평을 받았던 이유가 바로 시즌2 결말에 있었다. 결말이 완벽하지 않다며 시즌1보다 못하다고들 했다.

위대한 감독들은 시즌 자체적으로도 완벽한 결말을 짓고 모든 시리즈가 끝났을 때에도 그 결말이 완벽하게 마무리짓는다며 시즌2의 결말을 아쉬워했다.



그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시즌1보다 더 흥미로웠다. 내 나름대로의 이유는 이렇다. 시즌1은 맘만 먹으면 누구나 비판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시즌2는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부작용까지 다루고 데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는 모습에 황동혁 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니체의 사상까지 연결시켜 보면 오징어 게임 2에서 이정재 배우님이 연기한 성기훈은 니체가 삶의 목표로 제시한 인간상인 초인(위버멘쉬 Übermensch)이다.

그는 456억을 갖고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굳이 딱지맨을 찾아 게임에 다시 참가한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울 수밖에 없는 게임의 룰에서 자신의 적은 찬성파가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고 즐기고 있는 게임 뒤에 숨은 자들임을 깨닫고 그들을 찾아 나선다. 초인은 단순히 힘이 센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삶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존재라는 면에서도 성기훈은 자신이 이런 모순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쿠데타를 일으킨다.  편치 않은 삶을 선택한 성기훈이라는 초인이 시즌3에서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다. 니체로 시작해서 오징어게임 2까지 나름 의미 있는 새벽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아침 7시다. 달콤한 새벽잠을 포기하고 편치 않은 삶을 선택한 새온독의 초인들은 지나가는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7시가 넘어서야 줌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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