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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양이 CATOG Sep 06. 2023

마음과 마주하다
-레몬. 그 상큼 한 시작

우선 차분하게 식히기

'후루룩 뚝딱' 요즘 사람들은 '빠른 것'에 익숙하다. 그리고 '휘뚜루 마뚜루' 가성비가 좋은 것을 추구한다. 드라이브쓰루로 커피를 픽업하고 점심을 패스트푸드로 해결하고,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발을 동동거리고 뛰어간다. 시간을 분 단위로 초 단위로 쪼개어 쓰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고 '극강의 효율충'이 되는 것이 삶의 미덕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점 점 더 조성되어 간다. 도파민에 뇌가 절여져서 좀 더 자극적인 것, 빠르고 명쾌한 것을 점점 쫒게 되어 간다. 이런 '빨리빨리' 정신은 단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었지만, 어쩌면 점점 더 '느려지는 것'에 오히려 연습이 필요한 사람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느려지는 것에 대해 경험하게 되어버렸고,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모르고 지나쳤을 내 마음이 삐죽삐죽 올라오게 되는 시간을 겪게 된 것 같다. 


비단 코로나 19 뿐만이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태풍을 한 번쯤 만나게 된다. 종종 나는 긴장과 힘을 혼동한다. 사실, 힘은 긴장감에 대항하고 그로부터 회복하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갑작스럽게 닥친 어려움을 만났을 때,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면, 몸에 힘을 잔뜩 주어 저항하기보다는 처한 상황과 내 마음을 일단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주하는 것만으로 회복의 여정이 시작된다.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판단하지 않으면서 울퉁불퉁 완벽하지 않은 내 마음을  느리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생겼어도 내 마음인걸. 


(Jessie)Jihyun Lee 제시지현, 마음과 마주하다(Mindful Confrontation), digital painting,  2020



마음도 디톡스가 꼭 필요해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돌풍이 불었다. 간의 해독을 도우면서 다이어트를 돕는 것 외에도 레몬은 감정의 해독에도 도움을 준다. 새해를 준비하며 다이어트를 시작하듯,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준비가 필요하다. 회복의 여정도 마찬가지. 더 있기 곤란한 곳에서 더 좋은 곳으로 가려면 일단 좋지 않은 것들을 버려야 한다. 디톡스는 체중 감량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필요하다.



그런 때가 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마음이 울렁울렁 이것저것 뒤죽박죽 실타래처럼 엉킬 때가 있다. 내 마음을 마주해 보려는데 엉클어진 마음이 이런 것인지 저런 것인지, 장대비에 시야가 가려지듯, 당췌 구분이 안되는 것이다. 그럴 때는 꼭 나의 '뇌'를 꺼내어 차가운 얼음물에 '풍덩' 하고 담가 버리고픈 마음이다. 그럴 때는  감정의 디톡스가 필요할 때, 레몬이 그 문을 열어준다. 이왕이면 억지스럽지 않고 우아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 문이 삐걱거리는 철문일지라도, 레몬은 삐걱임이 부드러워지게 돕는다. 


레몬을 크게 한 입 베어문적이 있다. 레몬을 생각하면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큼, 머리털이 삐죽삐죽하게 만들 신 맛이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그득 고이는... 그런 짜릿한 신맛. 그래서 한 여름에 시원한 레모네이드에 꿀을 한숫가락 넣어 마시는 것이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마치 한 줄기 바람이 스치듯 청량함만 가져가고 뾰족한 신맛은 좀 더 둥그렇게 만들려고 말이다. 레몬 향기는 꿀을 한 숫가락 넣은 레모네이드처럼 의외로 둥그런 구석이 있다. 그러나 레모네이드보다 더 향그롭다. 레몬 향기는 조금 더 동그랗게 뒤죽박죽 된 머리와 마음을 가라앉치고 조금 차가워질 수 있게 도와준다. 



레몬

레몬은 의외로 우아하다. 뾰족하지만 둥글다. 

뾰족뾰족 울렁울렁울렁거리는 마음을 

일단 둥글고 시원하게 식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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