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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양이 CATOG Oct 20. 2023

마조람-불안을 감당하는 법

'놓아버림'이 주는 선물

 우리는 필연적으로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건.. 살아있기에, 살아가기에 그런 듯하다. 언제나 편안하기에, 삶 속에서 예상치 못한 많은 변화와 역동이 일어나고 모든 상황에서 언제나 완벽한 존재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딘가 부족한 채료, 조금은 버거운 채로 그렇게 살아간다. 언제나 나아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보다 낫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하기 어렵고, 돋보여야 하고 어느 한 곳은 뛰어냐야 하다못해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하나 꽤 찬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평균이 주는 안락한 상태에 기대어보려고 하기도, 다수의 논리에 몸을 맡기고 휘둘려보기를 선택한다. 


 ' 다른 사람들은 이쪽 길로 걸어가는데 이쪽으로 따라가 볼까?'

 ' 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 나이가 되었으면 이 정도까지는 하는데 나는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평균이 주는 안락함이 때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평균'으로 영원히 도망갈 수는 없다는 것을 느낄 때가 오고 만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평균과 내가 말하는 평균이 같기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꼭, 외면하고 있었던 불안감이 불쑥 고개를 내밀곤 한다. 


사실, '불안'이란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안'이란 감정은 꽤 많은 일들을 한다. 불안하기에 더 발전하려고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보장되어있지 않기에, 불안함을 느끼기에, 안정감을 찾으려고, 더 많은 일들을 생산적으로 뽑아낸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영역에 있는 불을 훔쳐서 인류에게 가져다준 일은 그도 불안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도 생존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언제나 과하면 문제가 된다. 과도하게 불안하면, 몸을 웅크리게 되고 원래 문제없이 해내던 일들도 잘 못해내게 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것 같아 스스로를 재촉하고 더 하게 몰아세우고 하는 과정들은 단기적으로 아마 생산적 결과물들을 많이 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꼭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친 대가로 바위산에 묶여 독수리로부터 간을 무한정 쪼아 먹히는 벌을 받은 일은, 나에게 다르게 해석되곤 한다. 그가 받은 벌은 '금기'의 영역을 넘은 벌이 아니라, 자신을 담보로 몸을 내던져 이룬 혁신에 대해, 스스로가 고갈되어 필연적으로 치르게 된 대가가 아닐까? 전 세계가 '기적'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 한국의 빠른 산업화, '한강의 기적'은 사회적 '불안'을 생산적으로 승화한 '빛'의 일면과 과도한 생산성 소비로 인해 OECD국가 중 가장 불안과 우울 수치가 높은 나라로 선정되는 '어둠'의 일면을 떠안게 되었다. 빠른 혁신에 대한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과도하게 스스로를 사용하는 것은 꼭 대가를 치른다. 지쳐버리고 고갈되어 버리고 너덜너덜한 순간들이 오게 되는 것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또 자책하게 되고 밀어내 보지만, 이제는 밀어내 보아도 더 나아가지지 않는다. 자책하기보다, 알아줄 때가 돼서 그렇다. 


이 불안을 감당해 내느라, 나 자신이 많이 수고했구나. 고생했구나. 


오늘, 한 때, 허둥되고 부족함이 많은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지만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예쁜 꽃이 되어 있는 너를 발견할 거야. 

너를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잘 버텨줘서 고마워.

오늘도 나는 널 사랑해. 고마워~


-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불안을 감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보기 시작했다면 알아차리게 되는 사실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불안을 움켜쥐고 있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마음이 불편해서 '불안'이라도 움켜쥐고 있으면, 사실 불필요한 무엇이라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 약간의 안도감을 줄 때가 있어서 그런 듯하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는지 느슨하게 보기 시작해야 한다.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을 다 가져 보려고 했던 것 같다.

이것을 취하면 저것을 잃어서 두렵고

저것을 취하면 이것을 잃어 두려워지기에,

앞으로 한 발자국 떼기가 너무 어려워져 버린 거다.

더 원하는 것을 취하고 다른 하나를 내려놓을 용기.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게 아니고, 버리는 것도 아니고

내려놓는 용기를 내어볼 때.

어차피 세상의 평균에 맞추어 살아가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면

이제 내가 생각하는 나의 평균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도 괜찮아. 

더 자유로운

더 즐거운 내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Jessie Jihyun Lee) 제시지현, The Resilient Marjoram(회복 탄력성의 마조람), Digital Painting, 2023


마조람

불안감은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서 안정을 찾으려는 마음에 그 불안감을 꼭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깊은 무의식에서부터 그 긴장의 끈을 놓아주는 것을 스스로 허락하기. 

처음에는 되려 더 불안할지 모르지만 완전히 놓아야 자유로워질 수 있어.

마음속에 설렘이 자리할 공간을 확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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