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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Jun 28. 2021

소년

단편 다섯 번째

                                                                           본 이야기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진행됩니다.



한 소년이 있었어.

소년은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도 몰랐어.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아간 거야.


어느덧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소년이었어.

이제 일을 해야 했어. 

어쩌다 보니까 일을 해서 돈을 좀 벌었어. 

그래서 차를 하나 사서 타고 다녔지.


어느 여름날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니까 엄청 빠른 차들이 보이는 거야.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었지. 

소년은 궁금했어. 

도대체 저 차는 내차와 뭐가 다르기에 저렇게 빠를까.

그때 누군가 말했어.

   

“저건 외제차라는 거야. 웬만해선 꿈도 못 꾸는 거야.”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인지 주변을 둘러봤어. 

그 목소리의 주인은 소년의 바로 옆에 섰던 차에 타고 있는 어떤 중년 남성이었어. 

더운 날씨라 다들 창문을 열어 놓고 운전을 했기에 목소리가 전해졌겠지. 

그도 외제차를 보고 있던 거야.

그러고는 옆 차에 타고 있는 소년의 놀라움에 가득 찬 표정을 보고 나서 이런 말을 한 거겠지. 

그런데 그의 창문은 다 내려가 있지 않아서 소년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어.


소년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 

저자가 소년을 보고는 혼잣말을 한 건데 창문 틈으로 그 소리가 소년에게 들린 걸까. 

아니면 소년이 들으라고 한 걸까. 

그리고 웬만해선 꿈도 못 꾼다는데 그 웬만하다는 게 도대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하게만 느껴지기도 했고 자신이 전혀 몰랐던 외제차라는 게 존재한다는 거에 놀라기도 했어. 

이 중 어떤 이유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들었는지 몰랐어. 

솔직히 구분 짓고 싶지도 않았어.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소년은 그냥 차라면 굴러다니는 이동수단이라고만 생각한 거야. 

그런데 마치 한 차원 위인 듯 한 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혼란스러웠어.


소년은 다짐했어. 

저 외제차라는 것을 갖기로.


그 이후로 소년의 목표는 외제차였어. 


소년은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 

정말 여유라곤 없었지.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소년은 외제차를 갖게 됐어.


도로를 쌩쌩 달리게 됐지. 


속도 자체도 좋았지만 예전에 소년이 외제차를 처음 보고 느꼈던 놀라움을 다른 이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본인이 된 것만 같아 좋았어.

그런데 웬걸 그런 건 얼마 가지 못했어. 


도로는 있는 그대로 쌩쌩 달릴 수 있는 무법지대가 아니었고 외제차 소유주로서 다른 이들에게 놀라움과 부러움을 자아내게 한다는 것도 금방 흥미를 잃었어. 

막상 해보니까 솔직히 별 의미도 없었어. 


겪어보니 차는 이동수단으로써의 의미가 거의 전부이고 그 외 나머지 것들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거야. 

그러던 즈음 주변을 둘러보니 이젠 커다란 마당과 수영장이 있는 그림 같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야. 


그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 거지. 


소년은 생각했어.      


‘그 전에는 저런 집들이 없다가 갑자기 생겨난 걸까?’     


솔직히 그럴 리 없었지만 소년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 

집이란 그저 비바람 피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고 그마저도 없으면 밤하늘을 지붕 삼아 자면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어. 

그런데 이젠 크고 멋진 집을 갖는 게 소년의 목표가 되어버렸지.


소년은 외제차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심히 일했어. 

정말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전부 일만 했나 봐. 

소년은 정말 지쳐갔지. 

때로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어. 

아니 이미 마음은 포기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으로 해나가고 있는지도 몰랐어. 

정말 힘들었어.


몇 년 지났을까. 


결국에 그런 집을 갖게 됐어. 

넓은 앞마당과 뒷마당이 있는 2층 집이었지.

소년은 더 바랄 게 없었어.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세월이 흘렀고 어느새 혼자가 아니라 둘이 되었어.

둘을 이루게 된 새로운 하나는 소년이 몰랐던 정말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준 소녀라고 하면 될까.


그렇게 둘은 행복하게 살았어.


그러다 보니 이젠 셋이 되었어. 

이제까지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하나가 탄생했지.

수가 늘어난 만큼 행복도 더욱 커졌어.     


남부러울 게 없었어. 


소년은 정말 꿈만 같은 세월을 보냈지.


그렇게 세월은 흘러 어느덧 다시 둘이 되었지.

 

왜냐하면

둘의 결실로 탄생한 하나는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거든. 

예전의 소년처럼.


여전히 둘은 행복했어. 


그런데 뜻하지 않게 소녀는 먼저 이별을 고했어. 

소년은 정말 마음 아팠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만 알았어. 

하루라도 더 함께할 수 있다면 못할 게 없었어. 

정말이야.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어. 

차라리 자신도 따라가려고도 여러 번 생각했어.     


소년은 이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어.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니 아쉬움도 있었지만 미련은 없었어.


소년은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앞으로의 삶을 낭비 없이 더욱 열심히 살기로 했어.   

  

그래서 마당에 텃밭도 만들어서 가꾸고 소일하며 지냈어.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그런 삶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어.


소년은 이제 가슴 뛰는 일을 찾기보단 그냥 오늘도 어제만 같았으면 싶었어. 

실제로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가기도 했고.      


소년은 어느 날 거울 앞에 섰어. 


두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사람은 분명 그 소년인데 거울 속의 모습은 머리 색이 많이 변했고 얼굴도 많이 변해 있었어.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한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게 되는 거야. 

그러고는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그냥 돌아서버렸어.

     

이제 소년은 그냥 쉬고 싶었어. 

마당에 의자를 갖다 놓고 잘 가꾸어진 텃밭을 보며 앉아있었어.     


햇볕이 참으로 따뜻했어.     


소년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지. 

표정은 평온했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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