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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남 Nov 25. 2024

일 년에 고작 15권(15/15)

천 개의 파랑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천선란



2024년 1월 1일. 올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책 15권 이상 읽고, 독후감 기록하기


2024년 11월.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던 나의 손짓은, 어느새 15권 마지막 장을 넘기자마자 16권째의 첫 장을 넘기고 있었다. 책은 두꺼워지고, 철학적이고, 필사와 신념이 생기고, 습관의 변화가 있었다.


목표 달성의 성취일까? 아니.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 회복이 있었다.


'천 개의 파랑' 작가 천선란처럼, 나도 걷는 줄 알았는데 뛰고 있었다. 한국 사회는 물러설 수 없는 절벽이 다가오고, 앞에는 날카로운 철조망을 들이대며 무조건 앞을 향해 뛰라고만 강요한다.


이런 사회의 나는 '규격 외 사람'이다. “아주 느리게 걷는 건데..”하며 지루함을 느낄 때, 남들은 “쟤는 진짜 빠르게 뛰어가네”라고 말하는 사람.


그래서였을까? 나는 사회 조직에서 저지당하고, 강제로 무릎 꿇려졌다. 한국이란 국가는 가야 할 방향과 속력마저도 제한한다.


처량한 나를 탓했고, 한국 사회에 발맞추기는 점점 벅차서 가까운 타인에게 의지했다. 억지로 하는 흉내는 밑바닥을 드러냈고, 가진 것을 전부 잃는 처참함과 처절함으로 되돌아왔다.


다시금 나는 한국 사회를 버리기로 했다. 그 대신 한국에 남은 이들에 대한 배려를 추가했다.


"한국에 있지만, 한국인으로 살지 말자."


그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아주 느리게 걷기로 작정했다. 그러자 굉장히 빨리 뛰는 효과를 갖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서도 달러를 벌 수 있는 '규격 외 사람'이고, 그래서 천천히 가야 한다. (미국인을 위한 달러를 외지인(한국인)이 빨리 벌게 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돈($)은 원화(₩) 입장에서 굉장히 빨리 뛰는 돈이다.


원화벌이를 향한 욕망과 무한 경쟁에서 이탈하자, 타인을 향한 포용심이 다시금 샘솟았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지키고 싶다.

그 치열함이 내게 해를 끼칠 수 없게 되자, 나는 타인의 치열함을 존중하고 도울 수 있다. 곧 경쟁 대상이 아님을 판단한 그들은 미소와 친절로 돌려준다.


독서 목표를 세운 일 년의 여정에서, 그리고 천선란 작가가 전달한 메시지는


타인을 이겨야만 하는 입장을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속도(방향과 속력)를 되찾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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