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시(詩)
허름한 저층 아파트 단지
조그만 그늘벤치 아래
노인 몇이 모여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들여다보니
다름 아닌 내기 장기판
나무토막을 깎아 투박하게 만든 장기알
두툼한 판자에 나름 곧게 그어진 장기판
한 나절을 그렇게 소일하는 게
그들에게는 일과이자 사회생활
어제는 오늘과는 달랐을까
내일은 오늘과는 달라질까
몇 걸음 뒤 신기한 듯
몇 분이고 쳐다보고 있는
족히 두 세대는 뛰어넘었을
동네 꼬맹이가 같은 시간 속에 있다
그 아이에게 이 시간은
잠깐의 호기심을 채우는
있었는지도 모르게 스치는 그저
한 토막의 지나침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