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한가운데 무릎을 꿇은 자세의 누군가가 보여 술에 취해 쓰러지기라도 한 건가 싶었는데 바닥 공사를 하고 있는 거였다. 다음 블록, 비슷한 모양의 무릎 꿇은 사람이 보여 여기도 공사인가 보다 했더니 이번에는 술에 취한 누군가였다. 곁을 지나가던 한 커플이 말을 걸며 깨우려 하지만 횡설수설하는 채였다. 그다음 블록. 블록 가장자리에 서서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의 등 뒤로 1톤 트럭이 인도를 올라서 다가오는 길이다. 그 옆을 지나가던 또 다른 커플이 통화 중인 누군가에게 등 뒤의 상황을 알려주려 노력 중이지만 그 사람은 모른 채 소리 높여 통화에 몰두하고 있다. 어, 어하는 사이 1톤 트럭은 통화 중인 누군가의 등 바로 뒤에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던 킥보드를 쳐 넘어뜨리고서야 비로소 멈췄다. 그 곁에서는 인도 한가운데 작은 나무 책상을 두고 빵 여섯 개 정도를 올려두고 파는 사람이 있었고, 바로 옆에 커다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나와 개 사료값 모금함이라고 크게 써 붙인 모금함을 둔 사람도. 빵을 좋아하지만 이 경우라면 빵을 포기하고 개 사룟값 모금함에 돈을 넣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현금이 없기 때문에 어디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밤거리를 걸으며 집에 돌아가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의 시간을 어떻게 잘 쪼개 써 볼까 궁리한다. 아까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나를 보지 않고 내 옆으로 돌진해 온 자동차에 치였다면 이 모든 장면들은 없는 것이었겠지, 갑자기 나를 들이받으려는 차에 놀라 차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 우스꽝스러운데 목숨은 그 누구의 것이라도 우스꽝스럽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면 블랙코미디 같다. 그런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