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커피 마시고 싶은 사람이 바빠 혼자 커피를 마셨다

by 백현진

예전에는 자주(랄까, 매일) 이런 작은 카페를 찾아다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마음을 주고 매일같이 드나들던 카페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사라지는 일을 겪으며, 마치 사람에게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는 것처럼 더 이상 작은 카페를 찾지 않게 되었다. 나만 해도 5~6,000원짜리 커피를 한 잔 시켜두고 책을 읽는, 가게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손님이었으니 땅값 비싼 그 동네에서 작은 카페들이 줄줄이 사라지는 것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흙이 느껴지는 작은 커피잔을 손에 쥐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창밖을 보고 있자니, 그때의 기분이 떠오른다. 앞에 책 한 권(오는 길, 중고 서점에 들러 일부러 한 권 샀다. 적당한 책이 없어 아주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집어 들었는데 어쩐지 지금의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 들어 조금 머쓱해졌다)을 두고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 단지 그것뿐인데도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매일 눈을 뜨면 카페에 갔었다.

열 살 정도 나이를 더 먹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우리 집은 더 이상 이 동네가 아니고 집에는 두부가 아닌 두두가 홀로 발바닥을 핥고 있을 뿐이다.

나를 머쓱하게 만든 것과는 별개로 오랜만에 손에 든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가볍게 술술 읽혔고 커피에서는 옅은 맛이 났다. 그건 어쩐지 무 無의 공간 같은 이곳과 잘 어울렸다. 모든 것의 농도를 흐리게 만든 것 같은 여기에서 나만이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고 있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하며 한 시간쯤 앉아 있다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카페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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