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여름

by 백현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을 열어 화분을 들여다보는데, 사과에서 난 싹의 잎들이 먼지 낀 듯 부옇다. 처음에는 모래바람이 불었나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 것 같아 검색을 해보니 습한 계절에 쉽게 생기는 흰 곰팡이라고 한다.

어제, 아침에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공기가 매우 습해 나의 곱슬머리는 해결이 되지 않고 걸쳐 입은 재킷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학교에 갔더니 교실에 들어오는 어린이들이 차례대로 너무 더워요, 작은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다. 생경하고 까만 밤, 평소와 다른 경위로 다소 들떠 습도를 미처 느끼지 못하고 돌아온 집은 마치 물에 담갔다 꺼낸 듯 끝을 잡고 양손으로 비틀면 물이 흐를 것 같다. 매일 먹는 나의 아침에 불과했는데. 잘라내고 버려지는 씨앗에 불과했는데. 그걸 흙에 묻었더니 비를 맞고 해를 쬐며 싹이 자라나고,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창을 열어 그것을 지켜본다. 없었던, 없었을 존재가 눈앞에서 자라나고 인간과 똑같이 습기를 느끼고 금방 흰 곰팡이가 생겨난다. 세상만물 다를 것이 없구나 어제의 습도는 식물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구나. 오늘은 물을 주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며 물기 가득 머금은 방에 제습기를 튼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2화흘러간다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흘러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