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이 화제다. 구글에서 OKR로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하니, 너도나도 OKR을 도입하려고 한다. 마치 그동안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OKR을 도입하지 않아서였던 것처럼 말이다. 무척 익숙한 풍경이다. OKR을 잘 들여다보면,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공격적 목표 설정 기법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여러 기업들이 시도했다가 크게 빛을 못 봤던 시스템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데, 어찌하여 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이번엔 잘 될까?
목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하면 성과도 당연히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아니, 착각이라기보다는 기대에 가까울지 모른다. 사실, 목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잘 설정하는 것 말고도 몇 가지 만족시켜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그런 조건들이 만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목표는 그냥 구호로 남기 쉽다.
OKR은 구글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구글이 시작한 시스템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던 시스템이 구글에서 잘 동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구글에서 OKR이 잘 동작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야 OKR을 도입하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될지 판단할 수 있고, 도입한다고 했을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방식들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여지가 없고, 기존의 업무를 처리하는데만 급급하다면, 공격적인 목표는 야근과 휴일 근무를 강요하는 것에 머무르기 쉽다.
'투자'는 기업에게는 익숙한 개념이다. 투자 없이는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성과를 향상하는 데도 투자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재무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좋은 역량과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자원이 부족해서 제대로 시도해 보지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비용은 줄이고, 이익은 늘리는 것이 기업이 원하는 것이겠지만, 충분한 투자가 없이는 혁신을 이루어 내기 어렵다. 성과의 극적 향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과 향상을 위한 투자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투자가 하나 있다. 바로 '교육'이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니, 사람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구글처럼 역량 있는 인재들이 서로 가고 싶어 하는 회사라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구성원들이 알아서 필요한 역량을 확보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구글 같은 회사가 아니라면, 스스로 필요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회사가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올려주면, 성장에 대한 욕구를 가진 인재들이 회사에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욕구를 가진 인재들에게 OKR 같은 목표 설정 기법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는 결국 회사가 목표로 한 것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도라는 건 잘 될 때보다 잘 안 될 때가 더 많다. '연구'라는 걸 해보면 이런 메커니즘에 익숙해진다. 연구를 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실패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실패를 쌓지 않고서는 좀처럼 성공에 다다를 수 없게 된다.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을 때, 그것이 개인이나 팀에 큰 부담이 된다면, 사람들은 점점 새로운 시도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목표도 가급적이면 달성하기 쉬운 것으로 잡으려고 할 것이다. 목표 설정 기간이 되면, 어떻게 하면 목표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과 팀이 공격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시도를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과 팀을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비난'을 조직에서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 해당 구성원과 팀이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문화가 존재해야 한다.
실패에 대해 조직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가는, 실패를 경험한 구성원과 팀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구성원과 팀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실패를 겪은 구성원과 팀이 조직에서 위축되고 안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다른 구성원과 팀들도 공격적인 목표 설정을 기피할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조직은 실패에 관대한 문화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고, 실패한 개인과 팀이 실패를 숨기기보다는 그 경험을 통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할 필요가 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고 해서 구성원의 마음에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열의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체중을 10Kg 감량하자'는 목표가 체중을 감량해야겠다는 의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도전적인 목표 설정과 달성'이라는 메커니즘은 조직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성과 향상이라는 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직접적인 동기부여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동기를 자극받으려면 나에게 돌아오는 가치나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목표 설정과 달성'만으로는 개인에게 돌아오는 가치가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이 어떤 동기부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으리라는 기대는 있다. 구글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문화와 시스템들에 대해 들은 것들도 있고, 구글에 다닌다는 자부심도 있을 것이며, 스스로 동기부여가 가능할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을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OKR 같은 목표 설정 기법은 동기를 만들어주는 도구라기보다는, 자극된 동기를 발휘하고 활용하는 것을 도와주는 '헬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OKR을 도입했는데도 생산성이나 성과가 생각만큼 올라가지 않는다면,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잘 만들어 내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회사에서는 굳이 OKR 같은 것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도전적인 목표 설정과 달성'이라는 메커니즘이 잘 동작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보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조직이 운영하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잘 동작하고 있는 와중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것이 목표 설정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목표가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목표 설정 기법을 다 도입해보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더 좋은 목표 설정 기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조직이 갖추고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돌아보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목표 설정 기법이 잘 동작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참고할 때도, 목표 설정 기법이 잘 동작하도록 만드는 그 기업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같이 살펴야 한다. 그러면, 애써 큰 비용을 들여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효과는 보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1.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공격적인 시도에는 시간과 비용의 충분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격적인 시도의 성패는 구성원의 역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도전을 시도하는 구성원의 역량을 조직이 적극적으로 끌어올려 주어야 한다.
2. 실패를 해도 되는가
실패가 용인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달성 가능성이 높은 목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실패에 대한 조직의 태도는, 해당 팀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구성원과 팀에 영향을 미친다.
실패를 통해서도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3. 동기부여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목표가 열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시스템이 존재할 때, 목표의 효능이 커진다.
목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다른 시스템을 같이 점검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