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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파랑해 ♪

천 개의 파랑을 읽고

by 윤슬 Mar 07. 2025
도서관 정보나루 '천 개의 파랑' 검색페이지(2025년 3월 기준)


한 동안 소설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못 읽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출산하고, 워킹맘으로서 살아가는 동안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소설책은 읽기가 힘들었다. (나의 독서스타일은 이야기의 도입부만 잘 넘어가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주야장천 붙드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니 미혼때와 달리 이렇게 읽기는 쉽지 않았다. )

특히나 남들은 다 재밌게 읽었다는 '7년의 밤'을 다 읽었음에도, 마치 술 먹고 필름이 끊긴 것처럼 소설의 내용을 복기하지 못한 이후로는 장편소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정세랑, 김초엽, 천선란 등 한국형 SF 신예작가가 등단했을 때에도 나는 쉽게 책을 집어 들지 못했다. 하지만 업무상 읽게 된 천선란 작가의 '나인'은 신선하고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한국의 SF 신예 작가들의 책을 언제 가는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드디어 브런치 북을 연재하면서 그 다짐을 이뤘다. 청소년 대출 목록에 이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이다. 374 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보고 언제 읽을까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일단 이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2035년. 경마 경기의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는 경마 '투데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낙마를 결심한다. 콜리는 경마에 사용되는 칩이 아닌 인지와 학습능력이 있는 칩이 우연히 들어가면서, 보통의 기수와는 다른 휴머노이드다. 그래서 파트너 투데이를 위해 폐기될 것을 예측하면서도 낙마한다.
경마장 주변에서는 식당을 하는 보경과 그녀의 두 딸 은혜와 연재가 살고 있다. 보경은 전직 배우이나 화재로 인해 연기자의 길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소방관과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소방관은 80% 생존을 예측했던 화재 현장에서 10초도 안되어 0% 떨어지며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녀의 두 딸은 이 책의 내용을 끌어가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콜리, 투데이, 보경, 은혜, 연재, 연재의 친구 지수, 수의사 복희, 경마장 직원 민주 등 인간과 어찌 보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콜리'와 '투데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에는 제가 줄거리를 요약해 보았어요. 은혜와 연재가 어떻게 '콜리'와 만나게 되었는지 '투데이'가 어떻게 되는지, 책에서 만날 수 있어요!


이 작품의 매력은

인간보다 인간다웠던 '콜리'의 이야기와 보경, 연재, 은혜 등 주인공들의 서사를 신파스럽지 않게 잘 풀어냈다는 점이다.  나는 40대의 주부로서 등장인물  '보경'에게 가장 이입이 되었다. 특히나 갑작스러운 소방관의 부재를 콜리가 채워가는 방법은 인간보다도 훌륭했다. 실로 경청의 힘은 대단했다. (기혼 독자들이여, 우리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부부싸움이 줄지 않을까?)

 만약 내가 청소년이라면, 은혜와 연재에게 이입하지 않을까? 사춘기 때는 과자 하나마만으로도 형제자매랑 싸우고, 부모님 잔소리에는 방문 닫고 들어가는 게 국룰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청소년 독자들이라면 더 몰입이 될 것이다.  특히나 소설에서는 은혜, 연재, 지수 모두 내적인 성장을 이루는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니 우리 청소년 독자들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 제목인 '천 개의 파랑'이다. 

천 개의 단어만 알고 있던 '콜리'가 천 개의 파랑이 있다는 '하늘 '처럼...

우리는 언제든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수많은 파랑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의 인간다움이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번 편에서는 '천 개의 파랑'을 읽을 때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taClVMLA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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