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쓸쓸한 이 세상에
그대 오시려거든
가난한 가슴에 잠들어 있는
눅눅한 별 하나 깨워 줄
아침 햇살 되어 오세요
철통같은 어둠 뚫고
창틈으로 슬며시 스며드는
초승달로 오세요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붙어도
가장 낮은 밑바닥에서
쉼 없이 흐르는 강물 되어 오세요
첫눈이 내리지 않아도
겨울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와
사람의 마을 지키고 선 눈사람으로 오세요
쓸쓸하고 쓸쓸한 이 세상에
그대 오시려거든
전쟁 같은 시간을 지나
단 한 줄로 살아남은
차고 맑은 시가 되어 오세요
정녕
그대
다시 오시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