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거리 제로
'지금 연우씨에게 가고 있어. 이제 곧 비행기가 이륙해. 무리하게 공항까지 나오지 말고, 숙소에서 편하게 기다려줘. 나, 지금 너무 떨려. 곧 만날 수 있다니 꿈만 같아. 사랑해.'
지난 새벽, 빛톨이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는 문자를 받은 순간부터 연우의 신경은 마치 가느다란 실선처럼 팽팽히 조여졌다. 그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항공사 비행정보 사이트를 밤새 들락거리며 비행기의 위치와 안전 정보를 확인했다.
마음속으론 그녀를 위한 안전한 비행을 기원하며, 캐리어 속 옷가지와 물품들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피곤함을 느끼고 쉬려고 눈을 감기만 하면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그 밤, 연우는 거의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기다림은 점점 더 길어졌지만 그 기다림의 길이만큼 연우의 마음도 조심스럽게 빛톨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연우는 캐리어를 끌며 집을 나섰다. 집에서 강남역까지는 전철로 한 시간 반 남짓.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머리를 다친 뒤 거의 침대에만 누워 지낸 그에겐 첫 외출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현관 앞에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강남역 인근, 전망 좋은 오피스텔. 정오의 빛이 넉넉하게 쏟아져 들어왔고, 창밖으로는 빌딩 숲과 바쁘게 오가는 도로, 그리고 그 위를 흘러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연우는 천천히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과 함께, 익숙한 풍경이 마음을 조금씩 진정시켰다. 도심 한복판의 공기가 맑지는 않았지만, 이 도시의 숨결이 연우에겐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래, 바로 이곳에서 내 청춘의 전부를 불살랐지. 내 꿈과 희망이 있던 곳.
이곳에 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지.’
연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강남역 인근 게임 개발사에서 보냈던 20대와 30대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야근이 매일처럼 이어지던 밤, 동료들과 나누던 웃음소리, 처음 게임이 세상에 나왔을 때의 벅참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 시절의 열정이, 지금의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연우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오피스텔에는 따사로운 정오의 빛이 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연우는 그 빛에 기대어 지난날의 자신을 생각하다가 소파에 앉은 채로 스르르 눈을 감았다. 한 시간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떠돌다 다시 눈을 떴다. 방 안에는 여전히 빛이 가득했다.
그제야 연우는 천천히 캐리어의 지퍼를 열었다. 짐을 하나씩 꺼내 옷장에 걸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손끝에 닿는 옷감의 촉감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다 옛날이야기지..."
연우는 혼자 중얼거리며, 마치 오래된 집의 먼지를 털어내듯 지난 시간의 기억을 조심스레 털어냈다. 옷가지 하나를 걸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듯했다. 그리움도, 아쉬움도, 이제는 천천히 정리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연우는 휴대폰 속의 시간을 들여다봤다. 빛톨의 비행기 도착까지는 이제 세 시간. 숫자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으로는 한 계절이 지날 만큼 더디게 흐르는 시간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시간을 넘치게 만든다. 그녀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지금의 감정을 모두 담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시간의 여백처럼 느껴졌다. 빛톨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설렘과 방안의 정적이 겹쳐진 그 순간, 연우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점점 크게 울려오는 파동을 느꼈다. 그것은 사랑이 현실로 다가오는 소리였다.
가방 정리가 끝나자마자, 연우는 곧장 비치되어 있는 청소도구를 꺼냈다. 이미 반질거리는 바닥을 다시 한번 닦고, 먼지 한 점 없는 창틀도 알코올이 묻은 일회용 티슈로 정성스레 문질렀다. 하얗게 빛나는 세면대 역시 다시 한번 손길을 더했다. 빛톨이 자신이 쓰던 물건이나 공간이 아니면 결벽증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사실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이곳에 왔을 때 조금도 불편하지 않길 바랐다.
머리는 봉합이 잘 되었지만, 상처는 여전히 살갗 아래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걸레질을 하다 천천히 일어설 때마다 약간의 현기증이 찾아왔고, 다리에는 오랜 운동 뒤 느껴지는 근육의 피로가 스며들었다. 그럴 때면 잠시 벽에 손을 짚고 숨을 고르기도 했지만, 그 짧은 쉼표 사이사이로 연우는 다시 마른행주를 쥐고 집안을 정리해 갔다. 연우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 편히 쉴 공간을 준비하는 것. 그녀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일이었다.
정리가 끝나자, 연우는 숙소를 나섰다. 가장 먼저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생수를 사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이어 마트에서는 샴페인을, 다이소에서는 와인잔을 사기 위해 들렀다.
‘처음 만나면 너무 긴장될 것 같으니, 샴페인이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자’ 던 빛톨의 부탁이 떠올랐다.
연우는 여러 와인잔의 입술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만져보며, 곡선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잔을 골랐다. 잔을 가방에 넣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예전에는 유명한 치킨집이 있었던 자리가 이제는 편의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우도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서 밖의 의자에 앉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바뀐 거리를 바라봤다. 문득 이 순간을 남기고 싶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사진 속 거리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연우는 도심 속의 짧은 휴식을 취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한 시간 남짓. 연우는 숙소에 샴페인과 와인잔을 현관 앞에 두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꽃가게였다. 며칠 전부터 빛톨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다, 결국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분홍장미를 고르게 되었다. 붉지도, 하얗지도 않은 그 사이의 포근한 빛을 머금은 꽃. 꽃가게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한 향기 속에서, 연우는 그녀가 가진 상처와 부드러움을 함께 감싸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다발의 분홍장미를 품에 안았다.
숙소로 돌아온 연우는 장미를 옷장 깊숙이 몰래 숨겨두었다. 그녀가 옷장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길 바라며...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연우는 잠시 침대에 누웠다. 방 안에 쌓여 있던 하루치의 시간이, 숨처럼 느릿하게 흐르며 연우의 눈꺼풀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창문 너머로 오후의 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커튼 위에 걸릴 무렵, 빛톨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짧은 진동 소리에 연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기다림의 피로가 설렘으로 바뀌는 듯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어. 공항버스를 타고 갈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달링~’
연우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달라진 빛톨의 말투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이제 정말 곧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연우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공항버스에 탔어.’
빛톨의 짧은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연우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버스 앱을 열어 그녀가 타고 있을 노선을 검색했다. 지도 위 작은 점 하나가 천천히 공항을 벗어나 도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영종대교 건너고 있지?’
잠시 후, 빛톨의 답장이 도착했다.
‘어떻게 알았어? 와~ 너무 신기하다.’
연우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지금 국회 앞 지나고 있겠네?’
‘응 맞아. 차 별로 안 막히는데? 금방 도착할 것 같아.’
‘이제 곧 신사역일 거야.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해.’
‘응, 알았어.’
...
그 이후로 연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짧은 대화 너머, 얼마나 오랜 시간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이제는 그 모든 마음이 말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도 없었고, 말이 필요치 않은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버스 앱의 점이 멈추었다.
연우는 고개를 들어 진입하는 정류장의 버스들에 집중했다. 공항버스가 강남역 정류장에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연우는 정류장 끝에 서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에게 시선이 멈췄다. 빛톨이었다.
빛톨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버스에서 내렸다. 곧바로 공항버스 운전기사가 따라내려 적재칸에 있는 빛톨의 짐을 꺼내주려 할 때, 연우는 드디어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빛톨은 아직, 연우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적재칸을 바라보고 있었고, 연우의 눈에는 세상과 잠시 단절된 작은 섬처럼 서 있는 빛톨만 눈에 들어왔다.
연우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그녀 곁에 다가섰다.
“왔어?”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 낯설고도 익숙한 눈빛이 마주쳤다.
도시의 소음, 정류장의 북적임, 모든 풍경이 잠시 멈춘 듯했다.
그녀의 눈 안에 연우가 있었고, 연우의 숨 안에 그녀가 들어왔다.
“하이, 베이비.”
빛톨은 웃으며 연우의 볼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
정류장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연우는 주저 없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의 품 안에서,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잠시 당황했는지 빛톨은 짐을 내려주던 버스 기사에게 웃으며 연우를 소개했다.
“내 남자친구예요.”
빛톨의 그 짧은 한마디가, 둘 사이의 세계를 완전히 다시 썼다.
이제 이 도시의 수많은 불빛 속에서, 오직 두 사람만의 시간이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여기가 우리 숙소야. 나 잠시 편의점에 커피만 좀 사 올게. 깜박하고 준비 안 했어. 좀 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연우는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빛톨의 가방을 함께 숙소로 옮긴 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다시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부드럽게 울리고, 그제야 그녀는 조심스레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발끝에 닿는 나무 바닥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미국에 살면서 잊은 줄 알았던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마루의 감촉이, 오랜 비행 끝에 도착한 몸을 천천히 감쌌다. 빛톨은 맨발로 바닥을 밟으며, 거실 안쪽으로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자신이 정말 한국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아늑한 공간. 이곳에서는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 그녀만을 위해 시간을 잠시 멈춰둔 듯, 정적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옮기는 발바닥 아래로 그녀의 아픔의 흔적이 지워지고, 그 자리에 지나온 감정의 잔해가 하나씩 내려앉았다. 입술을 가만히 깨물며, 조심스럽게 몸의 중심을 숙였다. 가방을 풀기도 전에, 그녀는 소파에 앉아 양 무릎을 가슴 가까이 끌어안고 이마를 그 위에 묻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몸 전체가 떨렸다. 그러나 그것은 울음이 아니었다. 긴장과 두려움이 서서히 빠져나가며, 몸 안 깊은 곳에서부터 잔잔한 공명이 울려 퍼졌다. 오래 눌러왔던 감정이 이제야 허락받은 듯, 무언가가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이 순간을 닮은 말을 찾고 싶었지만, 어떤 언어도 이 고요함과 평온함을 온전히 품어내지는 못할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시선은 자연스레 벽 너머로 흘렀고, 천장에 매달린 작은 조명이 낮은 숨결처럼 빛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거실을 둘러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가지런히 접힌 냅킨과 생수 한 병이 놓여 있었다.
탁자에는 연우의 가방 하나와, 그 위에 노트북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화장실 선반에는 수건이 반듯하게 접혀 있었고, 새로 뜯은 비누와 한 번도 쓰지 않은 샴푸, 치약과 칫솔이 한 컵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빛톨은 그 세심한 준비를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식탁 위에는 와인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앉아, 와인잔의 곡선을 손끝으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입술이 닿을 자리를 따라가며, 연우가 이 잔을 고르기 위해 여러 잔을 들었다 놨다 했을 모습을 상상했다. 빛톨은 조심스럽게 와인잔을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방을 둘러볼 때마다, 연우의 ‘숨겨진 마음’을 발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방은 이미 그의 손길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공기 중에는 아직 정류장에서 맡았던 연우의 향기가 남아 있었고, 그 향기가 이 공간 전체를 사랑의 기압처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유리창에 희미하게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드디어 연우씨에게 도착했어.’
그러나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지금 이 감정은 말로 떨어뜨리기엔 너무 깊었다. 평온함이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녀는 유리창에 비친 편안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는 울 필요도, 두려움에 떨 이유도 없었다. 그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곳이 이 여정의 목적지였고,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의 장소였다.
삑삑거리며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쓱, 낮은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커피 향이 방 안에 먼저 들어왔다. 연우는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신발을 벗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 공간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냉장고가 열리는 소리와 커피가 놓이는 잔잔한 리듬으로만 전했다.
빛톨은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하나씩 조심스레 냉장고 안에 넣는 연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든 커피를 수납한 뒤에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입술에 힘이 들어간 표정. 말을 꺼낼 듯 말 듯, 끝내 삼키는 얼굴.
빛톨은 계속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는 인사도, 질문도, 설명도 없었다. 묻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둘 사이에 침묵처럼 흘렀다.
그러나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어쩌면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이 눈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는지도 모른다.
연우가 천천히 다가왔다. 주춤거림도, 서두름도 없이, 그저 이 순간을 잊지 않으려는 듯한 걸음이었다. 그리고 아주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체온에 고개를 묻으며, 빛톨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포옹은 무겁지 않았다. 그러나 무겁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남았다.
‘나는 여기 있어. 그리고 연우씨도 여기에 있어.’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뜨겁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끼며 연우에게 입맞춤을 건넸다. 이제 두 사람의 시간은 더 이상 어긋나지 않았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지금. 젊은 날의 추억이 머물던 도시의 한 숙소, 커튼 아래로 스며드는 도시의 불빛만이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지구 반대편, 수만 킬로미터를 걸쳐 이어진 그 긴 여정. 밤낮이 반대였고, 마음의 계절도 어긋났던 두 사람의 시간은 이제 마침내 ‘0’이 되었다.
그 방엔 두 사람뿐이었고
아무도 지켜보지 않았다.
사랑이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은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는 눈빛과 아픔을 감싸 안으며 곁에 머물러주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것임을.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것이 그들의 사랑이었음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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