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9. 운동 루틴을 인생 루틴으로

by 서가앤필 Mar 23. 2025

1.

나는 요일별 저녁 스케줄이 정해져 있다.


나는 화, 목, 금, 토요일에는 운동을 한다. 일주일에 4일은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평일 저녁은 요일별로 구분해 활용한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저녁 7시인데 그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시간이 요일별로 다르다. 월요일은 휴식을 위해 특별한 일정은 없이 비워놓는다. 그렇다고 마냥 쉬는 건 아니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TV를 보는 것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더 휴식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렇게 월요일을 비워놓으면 가끔 독서모임 같은 줌미팅이 잡히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은 얼굴 마사지를 받는 날이다. 난 마사지를 좋아한다. 미용효과도 중요하지만 혈액순환을 위해서다. 물리치료를 받는다는 기분으로 고정해 놓고 다니는 일정이다. 주말 중 일요일은 가능하면 온전히 하루를 비워놓고 나의 룸메이트 신랑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집에는 단 둘만 사는데 평일날엔 각자 바쁘다. 평일동안 긴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보상으로 외식도 하고 드라이브도 한다. 집 옆 카페에 함께 가서 긴 시간 놀다 오기도 한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긴장되게 달려온 일주일에 쉼표를 허하는 날이다. 


2.

운동하는 화, 목, 금, 토요일을 나눠보면 이렇다.


우선 월요일 저녁은 쉬었으니 화요일 저녁은 운동할 맛이 난다. 주말엔 달달한 것도 조금 먹어줬겠다 월요일 저녁엔 쉬기까지 했으니 화요일 저녁엔 운동을 가고 싶어진다. 마침 화요일엔 트레이너 쌤도 다른 지점 근무로 없기 때문에 마음껏 설렁설렁 헬스장을 누벼도 되는 시간이다. 화요일 운동은 이렇게 성공했다. 


목요일 저녁이 다가오면 슬슬 꽤가 난다. 어제 수요일 저녁은 마사지를 받으며 몸이 릴랙스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헬스장에서 하는 근력운동은 수축과 이완동작이 기본이기 때문에 릴랙스와는 조금 다른데 몸이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아우성을 친다. 목요일엔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헬스장을 갈까 말까 하는 생각이 10분 간격으로 지나간다. 머릿속 천사와 악마가 대토론을 벌이는 기분이다.


그래도 내일 금요일은 PT 수업시간이니 목요일인 오늘은 예습차원에서 미리 운동해 주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린다. 퇴근하자마자 맘이 바뀔까 봐 가방만 내려놓고 의자에 앉기도 전에 운동복으로 먼저 갈아입는다. 이쯤 되면 목요일 운동까지도 성공이다. 


금요일은 룰루랄라 운동가는 날이다. PT 수업시간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헬스장까지 도착만 하면 성공이이다.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몸만 준비해서 가면 된다. 신나는 금요일이다. 


토요일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엔 꼭 헬스장엘 간다. 평일 저녁과는 다르게 한산해진 주말 시간에 헬스장에서 기구를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토요일 일정으로 못하게 되면 일요일 오후에라도 간다. 주말 동안 헬스장은 나에게 놀이동산이다.


3.

<몸이 먼저다>에서 한근태 작가는 저녁 시간을 확보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인은 열심히 일한다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고 '오래'일한다. 좋은 회사는 근무시간에 관한 관섭이 없다. 얘들도 아니고 성인인데 알아서 하는 거다. 그래도 직원들은 자기가 알아서 업무에 올인한다. 나쁜 회사는 근무시간만 엄청 길다. 몸만 회사에 있지 업무에 몰입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몰입을 하나 안 하나 별 차이가 없는데 무엇 때문에 그 긴 시간 집중해서 일하겠는가?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진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일은 근무시간에만 하는 것이란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쓸데없이 야근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오래 일하는 사람이 충성스럽고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들에게 잃어버린 저녁을 돌려주어야 한다.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 직장의 모습이다. '


4.

운동 루틴이 인생 루틴으로 될 수만 있다면


다행히 나는 어찌 되었건 7시엔 퇴근해서 집에 올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거의 일정하다. 근무시간은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까지 8시간이지만,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매일 10시간이다. 하루 중 10시간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이란 의미다. 


퇴근하고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는 온전한 내 시간이다. 물론 씻고, 설거지하고 집정리도 할라치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린다. 가능하면 평일 저녁엔 최소한 행동만 한다. 대부분 씻기. 다음날 입을 옷 준비하기. 가방 챙기기 정도만 한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만 처리하고 나면 매일 저녁 2시간은 만들어낼 수 있다. 


이 2시간이 내가 운동하는 시간이다. 화, 목, 금, 토요일 저녁시간을 운동 시간으로 세팅하고 나니 무언가 삶이 어딘가에 단단히 묶여 있는 기분이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에 단단한 닻을 내린 기분이라고나 할까... 낮시간엔 사무실에서 파도가 친다. 사람 풍랑이 불 때도 있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회오리바람이 불 때도 있다. 좌우로 몸이 흔들리지만 잡을 곳은 없다. 사람을 잡으려 했다간 같이 빠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퇴근 후 2시간 운동 루틴은 내 삶에 닻이 되어 주었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버텨 낼 지지대가 되어 주었다. 운동 루틴을 인생 루틴으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요술램프 지니에게 소원이라도 빌고 싶은 심정이다. 요즘엔 PT수업을 위해 1주일에 한번 만나는 트레이너 쌤이 나에게 지니다.



*관련책- <삶은 몸 안에 있다>는 조너선 라이스먼이라는 의사가 쓴 몸 여행기다. 

작가의 이전글 2-8. 한계에서 1개 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