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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Sep 08. 2021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서 흐른 눈물

( feat 싱가포르 항공 ICN-SFO )




하늘길에는 바람도 지나가고 햇살도 지나간다.



태풍도 지나가고 새도 지나간다.



비행기를 통해서 누군가의 꿈과 사랑도 지나다닌다. 슬픔도 두려움도 지나간다.











from Incheon to San Francisco



First Long Haul Flight

3학년 2학기 칠전팔기로 미국 교환학생에 합격하여 해외로 비행기를 처음으로 타게 되었다. 중학생 때 중국으로 수학여행은 배를 타고 갔었다.




첫 독립, 첫 해외 생활을 앞두고 미국으로 떠나기 세 달 전부터 밤마다 두근거려서 잠을 설쳤다. 꿈꾸던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진짜 가는 것인가 꿈꾸던 승무원이 있는 비행기를 타는 것인가. 설레며 매일 밤 두근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날이 되었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인천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가족과 친구를 떠나는 슬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뒤로한 채 게이트를 찾아갔다. 학생 티켓으로 싱가포르항공 왕복권을 예약했었기에 싱가포르항공의 내가 탈 비행의 게이트를 찾아 탑승했다.




인천-샌프란시스코 ICN - SFO 약 11시간의 비행이었다. 내가 지정한 창가 좌석에 앉았고 내 바로 옆에는 아주머니 그 옆에는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있었다. 어눌한 한국어를 하시는 아주머니는 한국인인데 얇은 눈썹에 이국적인 패션에 교포 느낌이 났다. 한국인인데 젊었을 때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두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고 했다. 복도 좌석 그 옆자리에 또 다른 아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지나가는 승무원분께도 인사를 하며 나의 스토리를 얘기했다. 저는 승무원을 꿈꾸고 있고 한국에 있는 대학에서 happy flight이라는 승무원 스터디그룹을 하고 있다가 지금은 멤버들을 떠나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그 한국에 남은 멤버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써 줄 수 있는지 부탁하며 메모지와 펜을 건넸다.




나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어눌한 영어를 잘 이해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분은 잘 들어주고 웃으며 내 좌석 번호를 물어보시고는 확인하고 사라졌다. 나는 왜 이 자리에서 간단한 메모를 안 써주시고 어디로 가신 거지 까먹은 건가 하며 몇 시간이 지났다. 기내식도 두 번 먹었고 영화도 보고 옆자리 아주머니와 긴 이야기도 하고 이제 도착해 가는데 나의 메모 부탁은 잊어버리신 것 같았다.




그런데 저 멀리 승무원 세 분이 걸어오셨다. 그리고 아까 그 승무원분이 나를 승무원을 꿈꾸는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분과 다른 승무원 그리고 이번 비행을 총괄하는 사무장이셨다. 그분들이 나에게 쓴 편지가 적힌 싱가포르 항공 엽서 두 장을 주셨다. 한 편지는 그 승무원분이, 다른 한 편지는 사무장님이 써주셨다. 이런 기대 이상의 감동이. 나의 앞으로의 미국 생활도 승무원의 꿈도 응원해 주셨다. 그리고 따뜻했던 그녀들의 응원과 미소는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에 남았고 내 눈시울을 붉힌다.





한국에 돌아와 한 장은 Happy flight에 친했던 승무원 준비를 하는 언니에게 주고 한 장은 내가 간직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항공 승무원 유니폼

: 사롱 케바야 (Sarong Kebaya)




Post card from the cabin crew of Singapore Airlines. 2013



Dear Happy Fight

 I’m leading stewardess on SQ16 ICN-SFO sector, knowing that you wanna be a flight attendant too :) Hope that your dream will come true to travel the world. I would like to wish you all the best.  

Regards,
Joevin Peh                         21/9/13  11:23 am




그 승무원들의 눈빛과 미소가 준 느낌, 그리고 그 엽서를 통해 받은 용기와 응원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최고의 비행을 경험하고 미국을 무사히 도착했다.










in Bay Area

캘리포니아에서 광란의 일 년을 보냈다.




진실된 한 친구가 100명의 친구 부럽지 않다고 한다. 미국에 가서 정말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 당시 소중한 친구 두 명이 있었다. 미국인 남자친구와 친한 일본인 친구(나와 닮아 다들 twin이냐고 했던).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고도 다른 학생들은 다 돌아갔지만 난 *grace period로 2개월을 추가해 최대로 머물렀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그 두 친구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같이 와 주었다. 그때 전 남자친구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힘겹게 인사를 하고 시큐리티를 통과해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F-1 Grace Period*

An F-1 student may remain in the United States for up to 60 days beyond: the completion of the program of study;










from San Francisco to Incheon



미국에 사랑하는 이 두 사람을 두고 떠난다는 슬픈 마음을 다잡고 보딩을 했다. 내 좌석은 바로 승무원의 *점프싯(Jump seat) 바로 앞이었다. 그런데 내 핸드백을 열어보니 친구들이 몰래 내 가방에 편지를 넣어 놓은 것이었다.


*Jump seat : 접개식 보조석으로 출입구 가까이 있는 객실 승무원용 좌석




친한 일본인 여자 친구 K의 편지를 꺼내자마자 울컥했다.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너무 두꺼웠다(약 7장이었다). 둘 다 영어를 제2 외국어로 하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같이 공부하고 샌프란시스코를 놀러 다니던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펑펑 나버렸다. 그러다가 훌쩍훌쩍 어두운 비행기 안에서 편지를 다 읽고도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아 혼자 눈물을 감추며 드라마를 찍었다.




우는 나를 본 앞에 앉아있던 승무원은 걱정하며 휴지를 많이 갔다 주었다. 그리고 초콜릿과 기내의 모든 간식을 다 갔다 줬다. 간식이 더 필요하면 더 갖다 주겠다고 하는데 이미 너무 많았다. 우는 나를 위로해 주신 덕분인지 나는 진정을 찾았다. 그리고 그분과 마주 앉아 비행 내내 얘기를 하게 되었다. 비행을 한 지 3개월밖에 안 되어서 설레면서 비행하고 있다며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그분 덕분에 나는 울다가 다시 웃었다.




그 승무원께서 건네준 휴지와 초콜릿은 나의 그 당시 슬픔에 엄청난 위로였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생각하면 왜 아직도 슬픈 걸까. 미국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들과 그 감정의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녀의 따뜻한 마음 때문일까. 잊히지 않을 기억이지만 더 늦기 전에 이 글을 써 내려가 본다.










back to Korea



엄청났던 미국 교환학생을 마치고 난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며 탔던 싱가포르항공은 나에게 서비스 이상의 감동 그 자체였다. 나에게 승무원이라는 꿈에 희망과 응원을 주었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가는 슬픔에 잠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오래전이라 지금은 비행을 안 할 수도 있는 그 당시 싱가포르 항공 승무원분들께 늦었지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을 꿀 수 있었고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7 years later


서울에서 다니던 외국계 회사를 퇴사하고 요가를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해 이십 대 후반에 오랜 꿈이었던 승무원을 다시 도전하기 시작했다. 승무원이라는 사이드 꿈을 항상 옆에 둔 채 다른 여러 일들을 했었고 그 당시에는 외국계 IT회사를 다니며 나의 몸과 마음이 망가져 가고 있었다. 퇴사를 하고 요가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며 마음의 여유가 생겨 다시 도전을 했다.




수년간 싱가포르 항공은 매번 서탈(서류 탈락)을 해왔다. 이번에 채용이 또 열려 다시 시도를 했는데 처음으로 서류를 통과하고 비디오 면접을 보게 되었다. 비디오 면접에는 전신 촬영, 질문 면접, 에세이 등이 있었고 나는 악착같이 준비했다. 면접을 위해서 홍대, 강남을 전전하며 싱가포르 항공만을 위해 외항사 스터디에 참여하며 준비했다.




Video interview for Singapore Airlines




어떤 스터디에서는 난 싱가포르 항공만을 준비하고 싶은데 외항사 스터디이기에 카타르항공 스터디를 했다. 난 열심히 했지만 속으로는 면접을 앞둔 싱가포르 면접만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렇게 비디오 면접도 통과해 호텔로 다음 단계의 면접에 초대가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승무원 면접을 경험했는데 싱가포르 항공 면접자들이 가장 그루밍이나 태도, 경험들이 좋았다. 지원 자격이 4년제 이상 가능하고 한국인 채용 인터뷰라 그런 것 같다.





면접을 위해 그 당시 나의 모든 것을 쏟았고 싱가포르를 가서 살겠다는, 싱가포르 항공에 이미 최종 합격했다는 마음이었다. 다른 면접과는 다르게 손발톱도 케어를 받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더 신경을 썼다. 스터디도 더 구해 싱가포르 면접을 앞둔 분과 일대일로 모든 과정을 철저히 준비하고 마음만은 이미 싱가포르항공 승무원이 되었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떨어졌다.





너무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어지고 나니 외항사 준비하는데 큰 허탈감과 현타가 심하게 왔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싱가포르 항공을 떨어진 후로 이젠 더 이상 승무원을 준비하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제 정말 포기해야 하나 하던 차에 잊고 있던 카타르항공에서 인비테이션을 받았고 면접도 갈까 말까 고민하다 간 카타르항공에 새로운 불씨가 타올라 최종합격하게 되었다.




싱가포르 항공을 준비할 땐 그곳에 진심을 다 해 갈 것처럼 마지막인 것처럼 준비를 했었다. 합격을 못 했지만 난 엄청나게 성장해 있었고 그다음엔 예상치 못했던 훨씬 더 좋은 기회가 왔고 그전의 경험으로 이미 준비가 되어있기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를 떨어졌기에 카타르라는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전 항공사들부터 싱가포르 항공까지 준비를 해 오던 것이 쌓여 갑자기 본 카타르 항공 면접에서도 나도 모르게 준비된 모습이 보인 것일 것이다.



Luck is what happen when preparation meets

opportunity.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혹은 그만두게 된 곳이 있다면 지금은 불안하거나 좌절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더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그 후에 훨씬 더 좋은 기회가 당신도 모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경험이 쌓여있어 그 기회에는 당신도 모르게 당신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어서 그 기회를 잡을 것이다.




사실 완벽히 준비가 안됐어도 상관없다. 갈까 말까 할 땐 가고 도전하며 그 아름다운 과정을 즐기면 된다.



싱가포르항공 면접 후기를 영상과 글로 남겼었는데 많은 문의와 준비하는 분들의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간접적으로 듣는 것 보다도 정말 직접 지원을 한 번 해보고 면접을 봐 보는 것이 떨어지더라도 사실은 엄청난 경험과 성장을 얻는 것이다.






사실 도전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준비하는 그 과정 만으로도 엄청나고 이건 직접 해보는 본인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희로애락과 심장이 터질듯한 그런 느낌.




쓰던 달던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There is only one thing that makes a dream

impossible to achieve : the fear of failure.






Your dream doesn't have an expiration date.

Take a deep breath and try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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