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1870년대, 보스톤의 대학생 윌 앤드루스는 자연을 깊게 알고 느끼기 위해서 서부의 작은 사냥꾼 마을 부처스크로싱으로 온다. 그는 들소사냥을 하고 그 가죽을 벗겨 상인에게 파는 전문사냥꾼 밀러를 만난다. 밀러는 자신만이 아는 깊은 산속에 수천 마리의 들소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윌은 밀러와 함께 들소사냥을 가기로 하고 네 명의 사냥원정대를 꾸린다. 원정대는 몇 주간의 힘든 여정을 거쳐 산속에 도착하고 드디어 들소무리를 발견한다. 그들은 약 4, 5천 마리의 들소를 사냥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죽을 벗겨낸다. 들소의 사체가 계곡에 산처럼 쌓여간다. 밀러는 마지막 들소 한 마리까지 사냥하겠다고 고집한다. 그러는 와중에 눈보라가 몰아쳐 그들은 눈 속에 갇히게 되고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겨울을 난다. 봄이 되어 눈이 녹아 그들은 들소 가죽을 싣고 부처스크로싱으로 향한다. 눈이 녹아서 물이 불어난 강을 만난다. 물살에 휩쓸려 내려온 통나무에 받혀 일행 중 한 명이 죽는다. 그와 함께 들소 가죽을 실은 마차도 부서져 떠내려간다. 부처스크로싱으로 돌아온 그들은 가죽상인을 만난다. 그러나 가죽상인은 지난 8개월 사이에 유행이 바뀌어 들소 가죽은 시세가 형편없이 떨어져서 이제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산속에 남겨놓은 수천 장의 들소 가죽도 다시 가지러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윌은 호감을 가졌던 술집 여자 프랜신과 며칠을 같이 지낸다. (출발 전에는 같이 지내자는 프랜신의 요청을 거부했었다) 그리고 부처스크로싱을 떠나 평원을 향해서 말을 달린다......
장편 소설 ‘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작)’을 읽었다. 구성도 단순하고 인물들 간에도 큰 갈등이 없다. 하지만 장면마다 외적 묘사가 너무도 섬세하고 구체적이어서 읽는 재미가 충분하였다.
수천 마리의 들소를 사냥하고 가죽을 벗기고 사체가 산처럼 쌓여가는 데도, 마지막 한 마리까지 사냥을 멈추지 않겠다는 밀러의 맹목적인 고집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이들은 누구라도 그 들소무리가 단순히 들소라고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불어난 강물에 동료 한 명이 죽고, 그들이 가져가려 했던 들소 가죽이 모두 떠내려가는 장면은 하나의 반전이었다. 만일 그들이 욕심을 내지 않고, 일찍 사냥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왔다면 불어난 강물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난 8개월의 여정 - 어쩌면 인간들이 그토록 뭔가를 염원하고 매달리며 추구했다가 한참 뒤에야 무의미함을 깨닫는, 어떤 도전들 혹은 전쟁들과도 같은 - 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소설 속에는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나는 윌과 프랜신의 관계에 관심이 갔다. 윌은 마을에 처음 도착했을 때 술집 여자인 프랜신을 만난다. 그녀는 윌에게 호감을 느끼고 함께 지낼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윌은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윌도 그녀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그녀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그녀에 대한 존중이었다. 아니 어쩌면 연민이나 동정심이었을 것이다. 그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에 대한 존중, 연민 같은 것이야말로 그가 그동안 익혀왔던 양심적 미덕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술집 여자로 취급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끔찍했던 8개월을 지내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 후에는, 그녀와 거부감없이 사랑을 나누며 며칠을 함께 지낸다.
그가 처음 만난 그녀에게 느꼈던 연민은, 그가 자연을 막연히 생각하고 느껴보려 했던 허영심과도 비슷하다.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공포심도, 무자비하게 들소를 살육하면서 한편으론 신에게 용서를 비는 위선까지도 모두 허영이다.
그 어떤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벽이나 차이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으며 그리고 어떠한 존재든 그것은 존중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불변의 절대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