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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코

S#7 그래서 저도 제멋대로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윤준호

예민한 관찰 일지 _ 일곱 번째 이야기


유심하게 바라봤고, 제멋대로 생각했습니다.


나의 청춘에 빼곡하게 채워진 이들이 칠 월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도로로 곤두박질쳐버립니다. 나의 나약한 세계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헤엄을 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따금 많은 이들이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는 외로움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우리의 분리는 곧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동반하니, 외로움은 필연 같은 것이라 생각해 보며 합리화를 합니다. 형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막연한 자유를 갈망하는 범죄자처럼 희망을 바랍니다.


그저 유심하게 바라보면 예쁘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보게 됩니다. 베토벤의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를 계속해서 듣고 있으면 나쁜 사람도 혁명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말을 믿습니다. 타인의 삶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있잖아요. 있는 그대로를 보면 그들을 미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저도 완전한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불가능을 꿈꾸는 것은 제 습관입니다. 요란한 꿈이나 화려한 꿈이 아니더라도 투박하게 사랑을 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도 아직은 살인자나 다른 범죄자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품고는 합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모순이 가득하고 우리의 내면에는 저열한 부분들 투성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심하게 바라보면 그저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흔하게 말하는 미녀, 미남의 기준은 우리를 모르는 이들의 허상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인’이라는 연극의 대목처럼 우리는 각자만의 아름다운 - 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표정을 해도 괜찮습니다. 웃어도 좋고, 울어도 좋습니다. 다 당신인 걸요. 당신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가장 빛나는 당신이며, 가장 어두운 당신입니다. 저는 결핍의 존재를 사랑합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결핍도 사랑하려고 노력합니다. 자발적인 양심을 고백하는 사람처럼 나의 결핍을 내가 외면해 버리면 그들은 정말 죽을 것 같거든요. 못난 날들도 내가 겪어온 날인 것처럼 우리의 삶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뱃고동 소리가 울립니다. 출항을 알리는 저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이 배에 오르거나 내립니다. 뱃 일을 하시는 한 아저씨는 거친 목소리로 소리칩니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화가 나서가 아닙니다. 그저 뱃 일을 오래 해서 그렇습니다. 이 배는 항구를 떠나 섬으로 향합니다. 저 섬은 우리의 섬입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저 섬에도 많은 이들이 살아내고 있습니다. 보령의 섬에는 마도로스라는 펜션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흰색 강아지가 있어요. 그 강아지는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잘 내려오지 않습니다. 유심하게 바라보면 우리가 그동안 애써 외면하던 것들이 보입니다.


해를 보며 광합성을 하는 식물처럼 그저 사랑을 볼 겁니다. 저 녹색의 비상구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기가 밖으로 향하는 문이라는 사실의 안도감을 들게 하니까 말입니다. 당신도 그런 존재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멋대로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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