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로 남산을 오르는 경로는 충무로역에 내려 남산한옥마을, 남산 둘레길을 지나 남산타워를 향해 계단을 오른다. 남산에는 정상을 오를 수 있는 수많은 경로가 있다. 동대입구역에서 국립극장을 지나 완만하게 올라올 수도 있고, 이태원에서 산길을 통해 남산을 오를 수도 있다. 남대문에서 안중근 기념관을 지나 삼순이 계단을 통해 남산 팔각정에 다다를 수도 있다. 지난 150번 이상의 남산 오름의 길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장된 탄탄대로 vs. 단단한 내가 가는 비포장도로
인생에 변수가 없었다면 나도 탄탄한 길을 택하고 걸어가며 다른 길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변수와 예상하지 못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른 길을 이해하게 되었다. 포장이 된 길이라도 달릴 기회가 없을 수 없을 수도 있고, 험지의 길이지만 굳건히 나아가며 행복해 할 수 있다.
지난 150번 이상의 남산을 오르며 제각기 다양한 길로 올랐다. 호기심 때문에 운동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풍경을 즐기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 경로를 경험해 봤다.다양한 길을 걸으며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금 내 힘으로 채워가며 만난 수많은 인연들이 떠올랐다.대가족을 책임지고 일하는 미얀마 동갑내기 가구 생산직 직원, 병마로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긴 마케팅 포항형님,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동시에 카페 사장님이신 초긍정산본누나, 세상의 가장 큰 고통을 이겨내고 가장으로서 묵묵히어른이된 가장 아끼는 평촌 동생까지. 사람들의 다양한 경로를 보고 이해하며 다양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더 나아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자신감을 얻었고, 내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포장된 도로보다는 고민하고 시도하며 불확실한 길을 개척하며 나아간다. 길은 불안해 보일지언정 나는 전보다 더욱 단단해졌기에 걱정은 없다.
서울시내에서 올려다 본 남산
분명 사람들이 선호하는 길도 있고, 효율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경로도 있으며, 돌아가지만 멋진 경관을 보며 올라가는 길도 있다. 다양한 길을 내 상황에 맞게 정하고 올라갈 수 있는데 왜 인생의 길에서는 철저하게 정해진 길로만 가려고 했는지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남산을 오르는 다양한 길과는 반대로 사회에서 말하는 인생의 경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좋은 학군을 시작으로 순위권 대학의 길을 지나 대기업 근무를 꿈꾸거나 전문직을 선택한다. 분명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분명 위 길을 가기까지와 그 문턱을 넘기까지 너무나 힘든 여정이겠지만, 문턱을 넘는 순간 그래도 불확실한 경로보다는 순탄하게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모두가 원하는 하나의 길을 본다. 분명 기회와 능력만 된다면 위에 말한 길은 가장 효율적이면서 이상적인 성공의 길이지만, 꼭 이길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과 오르는 길의 경로는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예장주차장에서 오르면서 본 남산
경로이탈이 아닌,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우리는 지도를 보거나 운전 시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목적지로 향할 때, 경로이탈을 경험하게 된다. 가려는 목적지에서 경로이탈이 될 때 쿨하게 받아 드리고 제안하는 길로 잘 나아가면서도 인생에서의 경로이탈은 큰 문제와 하자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길일뿐이지 그 길이 무조건적으로 옳고 맞는 길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틀렸다고 판단을 해서도 안된다. 남산을 오를 때에도 지정된 경로를 이탈할 때는 당황할 수도 있고, 정상을 못 찍지는 않을 가하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도 있다. 당황해할 필요 없이 다시 내려와서 아는 길로 갈 수도 있고, 새로운 길을 용감히 개척하여 올라갈 수도 있다. 그 또한, 돌아가는 것이 아닌 하나의 '길'이 되는 것이고 돌아보면 또 하나의 추억이 되거나 새로운 경로로 다른 사람들이 찾을 수 있다. 한창 커리어의 전문성이 키워야 하는 지금, 어쩌면 나도 경로 이탈 경고가 떠있을 수도 있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의 확신만 뚜렷하다면 이 또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돌아가며 나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길을 완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양하게 남산을 오른다. 다양한 길을 이해함으로써 오늘도 당당하게 나만의 길로 정상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