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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인간다운 역할 재조정

왜 세계의 절만은 굶주리는가 - 키워드 : 인간다움

by Chloe J Mar 01. 2024

나는 자유를 추구한다. 인간다움이란 어쩌면 잘 포장된 속박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함께 살기를 원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의 영역 즉, 자유를 한 발씩 넓혀갈 궁리를 한다. 제한적인 자유를 가진 개인의 총합이 사회인 것이다. 넘어가면 안 되는 각자의 선 안에 우리는 서 있다. 그 선을 넘어가는 것을 막는 어떠한 물리적인 구속은 없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자유가 아니라 일탈이라 불린다. 그런 공동체 안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자유의 영역은 넓어져왔다. 과거에는 일탈이었으나 지금은 일상인 것들도 많다. 많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사회나 집단의 이익보다 중하게 생각되는 세대로 변해간다. 자칫 이기적인 개인의 조합이 되어가기 쉽다. 개인 자유의 영역은 합의된 합리적인 적정선이 있다. 약간의 제한으로 모두가 인간적으로 함께 살 수 있게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가치와 존엄함을 존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흔해 보이는 무관심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적합하지 않은 특징으로 보인다. 길을 지나가다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 상황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랬던 적이 더러 있었다. 이런 무관심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나와는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거들었다가 손해가 생기는 상황을 걱정한다. 또 이런 도움이 필요한 상황 자체가 자신에게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러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인과 함께 살아야 하면서도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이기적인 무관심도 함께 사는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틀로 속박당하기 위해 만난 가정에서 개인의 자유만 내세우고 다른 구성원의 힘듦에 무관심한다면 결국 더 희생하는 누가 포기해 버리는 순간 무너져버린다. 사회와 같이 가정에서도 이런 합리적인 선을 찾아가야 한다.


집에서 나는 서열 2위다. 외동딸과 함께라서 아이가 단연코 서열 1위다. 사실상 딸은 내 말을 무지 잘 듣는다. 사춘기가 왔음에도 나와 죽이 잘 맞는 편이고 기질이 평화주의자다. 그래서 딸을 통한 수렴청정이 가능하다. 그렇게 된 데는 역할의 차이도 한몫을 했다. 지금까지 육아는 오롯이 나만의 독차지였다. 남편은 아이의 기저귀 한번 갈아준 적 없다. 아이와 친밀함을 많이 쌓을 기회가 없었다. 남편은 힘들게 일하고 가정경제를 모두 도맡고 있다. 그래서 뭐라 투덜거릴 수도 없었다. 남편도 이외에 자신의 삶이 없었고, 나도 직장과 육아 외에 내 삶이 없었다.


아이가 자라서 6학년이 되고 나니 사춘기 소녀감성,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졌다. 내 시간은 늘어났다. 반면 남편의 책임은 점점 더 조여올 뿐이었다. 대출도 집도 규모는 늘어갔다. 이런 부담에서 나는 거의 상관없는 구성원이었고 그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게는 온전히 남편 혼자 견딘다. 가족 간에 책임이든 가사노동이든 완전한 균형 지점을 찾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 누군가는 더 많은 가정을 위한 노력을 하게 마련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부사이의 힘듦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제 나는 살만하고 나이가 들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있다. 반면 남편의 짐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사실 이렇다는 걸 이번 주제가 주어지기 전에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가 외로웠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정의 구성원으로 짐을 나눠주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한쪽으로 치우쳐 스러져버릴지도...


가정에 명확한 선이 있건 없건 역할 나눔은 이미 존재했다. 세상은 변하고 가정의 상황도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 한번 맡은 역할이 무조건 동일해서는 안된다. 가장 작은 공동체이면서 개인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며 사회적 분위기에 기여하는 가정에서, 역할의 복불복 게임은 안될 말이다. 가족이기에 사랑이라는 힘이 존재한다. 이 힘을 희생의 굴레로 씌우면 안 된다. 세심하게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또 따로 적정선에서 역할을 재조정해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게 행복하고 인간다운 사회의 기본이다.


글을 쓰며 급 미안함이 몰려와 남편에게 지금까지 가져다준 생활비 고맙다고 아껴 쓰겠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막썼어?"



아... 실수...

입이 문제지... 생각과 행동의 변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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