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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소미 Sep 28. 2022

새 출발을 향하여

개명이라는 큰 결심과 그 후

새 이름 새 출발

2021년 5월은 하루하루 바쁘고 힘든 달이였습니다. 또한 제 인생에 아주 의미 있는 달이기도 했답니다.

제 본명은 '박 다솜'입니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순수 한글 이름이에요.

소중한 이름인데 몸이 계속 안 좋고 지쳐가다 보니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가 개명이라는 큰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인생이 바뀔까? 싶었지만 내 당장의 삶이 너무 힘드니 뭐라도 해보고 싶어 지더라고요.

결국엔 최후의 수단인 개명을 선택하게 되었고 철학원에서 이름을 받아 '박 수아'로 개명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명은 신청한다고 바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허가 여부가 최소 4개월이 걸린다고 하였어요.

막상 신청을 하고 나니 30년 간 불려 왔던 내 이름이 사라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쉽고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도 이렇게 크나큰 결심을 한 만큼 삶의 변화가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개명 신청 접수장


섬유근육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섬유근육통 통증 치료를 위해 재활의학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병동 간호사 선생님께서 혹시 모르니 내분비내과에 가서 '부신피질 호르몬' 관련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추천해 주셨어요.

그래서 주변에 있는 내분비내과에 가서 진료를 보았고 예약 후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검사는 피를 한 번 뽑고 호르몬 주사를 맞은 후 30분 뒤, 또 30분 뒤 총 3번의 피를 뽑습니다.

사실 저는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애초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을 때도 의사 선생님께서 이건 굉장히 확률이 낮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검사 결과상 수치가 조금 벗어났다며 대학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하셨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무슨 검사만 하면 자꾸 이상이 있다고 나오니... 어디서부터 얽힌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부신'이 뭔지도 모르고 검사하러 간 거였어요. 부신은 신장 윗부분에 있는 작은 장기라고 합니다.


그렇게 대학병원에 가게 되었고 '쿠싱 증후군'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였어요.

이 검사는 조금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24시간 동안의 소변을 주어진 팩에 담아서 가지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지급받은 소변 팩


꽁꽁 싸매고 쇼핑백에 담아 24시간 동안 받은 소변을 들고 병원까지 가는 길은 너무 부끄러운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대학병원에서는 수치가 조금 낮긴 하지만 괜찮다며, 앞으로 주사 치료받을 때 스테로이드 주사를 최대한 안 맞는 방향으로 해서 확인하고 맞으라고 하셨습니다.

난생처음 들어본 '쿠싱 증후군'을 검색해보았을 때 나는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맞으면 어쩌나 싶고 또 대학병원에서 검사까지 하라는 것은 이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 라는 물음들과 의심들이 커지면서 괜히 더 긴장하게 만들더군요.

정말이지 한시름 놓았습니다.


내 마음 건강도 돌봐주자

이번에는 친구가 다니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추천받아서 첫 진료를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섬유근육통은 통증이 계속되기에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상당하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같이 보기를 추천합니다.

옮겨간 병원 첫날에는 뇌 자율신경기능 스트레스 검사를 진행하였어요.

결과는 생각보다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결과상 저의 에너지는 0이라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주셨는데

'회사에 돈이 없어서 부서 하나를 없애고 남은 사람들이 다른 부서 일까지 나눠서 일하고 있는 경우라고 하시며, 이게 우울증이 심해서 자*하고 그런 분들의 그래프와 모양이 똑같으나, 저는 그게 감정이 아닌 통증으로 온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정으로 온 사람들보다 치료 효과가 더디다며 치료를 계속 받으라고 하셨어요.

자극이 1만큼 와도 저는 10만큼의 자극을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얘기를 듣는데 순간 머리가 띵하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저는 생각했어요. 지금 이 상태를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요.

그렇게 나온 생각은 '차라리 나 혼자 아프고 나만 힘들면 되니까 내가 통증을 많이 느끼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일 거야.'였습니다. 사실 이것도 맞는 말은 아니죠.

제가 그동안 제 마음 건강에는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후회가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스스로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면서 앞으로 정신과적인 치료도 적극적으로 받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 건강 너무 중요하지만 마음 건강도 너무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바쁘게 치이면서 지쳐가는 나의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였는데 무심했던 것에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도 내 마음은 괜찮은지, 다친 감정은 없는지 한 번씩 쉬는 시간을 가지며 들여다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잘 웃고 다니는 사람이라서 저 자체도 우울증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었어요.

이렇게 아픈데도 항상 웃고 다닌다고, 잘 지내 보인다고, 멘이 정말 강한 것 같아.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잘 생각해보면 주변에 나쁜 기운을 주기 싫었고,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웃음 뒤에 힘듦을 조금이라도 감추며 지내온 것 같아요. 그렇게 제 마음은 더더욱 나빠져 왔겠죠...

저처럼 겉으로는 밝지만 속으로는 많이 참으며 힘듦을 혼자 앓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한 번씩 속마음도 풀어내면서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됩시다.


독자분들 모두 무탈한 하루 보내셨길 바라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글로나마 응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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