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하자 부엌에서는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구수하면서도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가
나의 침샘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거실에서 신문을 읽다가 문소리가 들리자,
“다혜, 다지 왔니?”하며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언니는 늘 그렇듯 밝게 인사를 하고 가방을 내려놓으며
“엄마 냄새 죽인다. 이거 완전 진수성찬인데?”하며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언니가 부엌으로 떠난 뒤, 그렇게 아빠와 나의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알고 있었다. 아빠가 곧 내게 꺼낼 말을.
“다지야, 잠깐만 아빠랑 얘기 좀 하자.”
그럼 그렇지. 아빠는 이미 엄마에게서 모든 얘기를 다 들은 눈치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빠를 따라갔다.
“아침에 엄마한테 왜 그런 거니?” 뻔했다. 엄마는 본인의 얘기만 한 거다.
“엄마한테 이미 다 들었잖아요.”
“언제까지 그럴 거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는 ‘또 시작이구나.’ 하는 눈길을 내게 주며 방문을 닫고 나갔다. 그렇게 방에는 어둠과 나 둘만 남자, 갑자기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누군가 나의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고, 방문을 열려고 몸을 움직여봐도 내 목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이 죽을 것 같은 공포는 5분이 넘게 계속 지속되었다. 밖에서는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나는 것 만 같았다. 분명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그 순간 내 눈앞에 5살의 그 작고 어린 다지가 고개를 숙인 채 온몸을 팔로 감싸 안으며 앉아있었다. 분명 그 아이였다.
나는 작고 불쌍한 그 아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지야...”
나는 더 크게 부르기 시작했다.
“다지야... 울지 마...”
5살 그 아이는 소리 내지 않으며 우는 법을 알았던 걸까.
5살 그 아이에게 이 어둠은 얼마나 두려운 공간이고 존재였을까.
그러자 벌컥 방문이 열리고 불이 켜지더니, 다혜가 짜증이 난 말투로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말해!”
바닥에 쓰러져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나의 모습을 보자 다혜는 비명을 지르며 놀라서 주저앉자,
엄마와 아빠는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사라졌다.